노동법 밖 프리랜서 지키려면…오요안나 유족 “위장 계약 방지법 만들라”

2025.02.03 20:22 입력 2025.02.03 20:28 수정

MBC ‘책임 회피 태도’ 비판

유족, 내부 조사위 참여 거부

경찰, 민원 접수 후 내사 착수

“갑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을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물어뜯게 되는 고용 관행을 MBC가 유지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왜 룰(규제)을 만들지 않나요? 대한민국 사회에 묻고 싶어요.”

지난해 9월 숨진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유족 A씨는 지난 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위장 프리랜서 계약을 없애기 위한 ‘오요안나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던 오 캐스터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A씨는 오 캐스터가 출퇴근 관리를 받는 등 사실상 ‘노동자’처럼 일했지만, 프리랜서로 계약한 탓에 노동법의 보호에서 비켜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프리랜서라면 무슨 선후배가 있고 그렇게 군기를 잡나”라며 “고용 관계가 아니라며 책임을 피하는 행태”라고 했다.

방송사는 수많은 제작 인력을 ‘무늬만 프리랜서’로 고용하며 이득을 봐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2021년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비정규직 9199명 중 32.1%(2953명)가 프리랜서였다. 방송사는 이를 통해 여러 노동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A씨는 “(오 캐스터로부터 괴롭힘 이야기를 들은 선배들이)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감히 상부에 얘기를 했겠느냐”며 “나한테 요안나가 겪은 일을 알려준 MBC 구성원들도 출처가 노출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자체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누가 자신이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냐”고 했다.

논란 이후 MBC의 대응도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받았다.

MBC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에서 ‘MBC 흔들기 세력의 준동’ ‘유족이 원한다면 진상을 조사하겠다’ 등 표현을 썼다. A씨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내부 진상조사는 MBC에 면죄부를 줄 수 있어 유족은 조사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MBC는 3일 오 캐스터의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A씨는 방송계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노동법 회피’ 관행을 막는 ‘오요안나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는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사업장 규모를 5인 이하로 쪼개는 등 노동법을 사용자가 교묘하게 피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계약한 프리랜서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증명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법 개선을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요안나의 죽음 뒤에는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해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 캐스터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이 살펴보는 혐의는 증거인멸교사·업무상 과실치사·스토킹처벌법 위반·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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