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강성 지지자들이 ‘윤석열 탄핵’ 배지를 달고 근무하는 마트 직원의 신상을 공유하고, 매장을 찾아 직원들을 협박하는 일이 발생해 노동조합이 경찰에 고발했다. 온라인상에서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을 향한 ‘좌표 찍기’ 공격이 현실 세계로 번지고 있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사태다. 온라인상의 괴롭힘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그것도 일반 시민을 협박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민주노총 마트산업 노동조합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을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지난해 12월13일부터 ‘윤석열 탄핵’ 글씨가 적힌 배지를 착용한 채 근무해 왔는데, 극우 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배지 착용 노동자들에 대한 ‘좌표 찍기’가 줄 잇고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온라인 괴롭힘이 본격화됐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 이용자들은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탄핵 배지를 단 마트 직원의 사진·이름 등 신상을 공유하고, 관련 지점과 본사에 항의전화를 돌리자는 글을 게시했다. ‘부정선거’ 망토를 두른 윤석열 지지자가 탄핵 배지를 찬 직원을 색출하겠다며 매장을 돌아다니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해당 매장 노동자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신상이 유포된 여성 노동자가 병가를 내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을 폭동으로 파괴한 윤석열 지지자들에 의해 ‘좌표’가 찍힌다면 누구라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2·3 비상 계엄과 내란 시도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윤석열을 지지하겠다는 것도 개탄스럽지만, 민주 국가에서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들을 조직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다. 더구나 이런 행위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는 묵과할 수 없다. 방치됐다간 더 큰 폭력을 낳을 수 있다.
사법부를 향한 온라인상의 비난이 결국 서울서부지법의 폭동 사태로 이어졌던 것 아닌가. 경찰은 마트 직원들의 신상을 유포한 이들을 색출해 일벌백계로 엄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