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2024년 은행 정기검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비롯해 101건에 2334억원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KB국민은행은 291건에 892억원, NH농협은행도 90건에 649억원의 부당대출이 있었다. 수법도 다양하다. 전현직 본부장과 지점장 등이 사업 목적과 무관한 기업 대출을 조직적으로 승인하는가 하면, 은행원과 대출 브로커가 한통속이 돼 허위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다. 지점장이 대출한도와 전결 규정을 피하기 위해 한 건의 대출에 대출자가 여럿인 것처럼 꾸민 사례도 있었다.
은행은 신용과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데 누가 이런 곳에 소중한 재산을 맡길 수 있겠는가. 예대마진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고객 예금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밝혀진 부당대출 외에도 지난해 1~9월 금융권에서 총 111건, 2598억원의 금융사고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총 90건, 1210억원이었다. 1년 새 건수와 금액 모두 많이 증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방침과 건전성·리스크 관리 경시, 온정적 징계 등 느슨한 조직문화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대통령 윤석열의 심복으로 금융업계 전체를 쥐락펴락해온 이 원장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도 크다. 당장 올해부터 금감원 검사대상 은행을 확대하고, 3~5년인 정기검사 주기도 단축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은행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지난해 순익이 16조원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대출금리는 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느리게 올리는 꼼수까지 동원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를 둘러싼 정부의 정책 혼선과 이복현 원장의 ‘관치’로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이상 현상도 반복됐다. 이 와중에 서민·자영업자는 등골이 휘고 있지만 은행 임직원은 억원대 연봉을 챙기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내부 통제 강화’가 늘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은행에 자정 기능이 있는지 의문이다. 공공성이 강한 은행업은 정부 면허사업이다. 부실이 발생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막아야 한다. 고객을 배신한 은행원은 패가망신하고, 은행은 간판을 내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