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기 침체, 그리고 선거…위기의 모습을 한 기회가 오고 있다

2025.02.04 20:50 입력 2025.02.04 20:58 수정
윤지호 경제평론가

2025년 경제가 어렵고, 주가는 부진하다. 경기 상황으로는 금리를 더 내려야 하지만, 원·달러 환율과 미국과의 금리 차를 감안하면 이 역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그래서인지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우선시한다. 수십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1년 전 저성장을 이유로 정부가 단기처방에 나서서는 안 된다던 기조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상황이 급박함에도 여야 정치권의 추경 합의는 요원하다. 일부지만 경제학의 스펙트럼에서 우측 끝에 위치한 사상마저 소환된다. 경기 후퇴가 총수요 부족에 기인한다는 케인스적 처방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론이다. 오스트리아학파는 통화 및 재정 정책으로 총수요를 증가시켜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시도가 오히려 불행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경기침체기는 경기사이클로 보면 사실상 회복기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경기침체를 더 연장시킬 뿐이며, 정부는 규칙을 정하고 시장 기능에 신뢰를 보여야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보면, 경기침체기에 기업과 산업 구조조정이 되어야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분될 수 있고, 개인도 부채조정이 충분히 되어야 다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국가의 경제활동을 지배하려는 어설픈 시도가 호황과 불황의 순환고리를 만들어낸다’는 미제스(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의 비판도 일리는 있다.

그러기에 부작용이 있건 없건 정치라는 외생변수는 경제 및 금융시장에 영향을 준다.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마다 국가의 잘못된 개입이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인은 늘 시장에 개입해왔다. 2025년 한국은 선거의 계절에 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제도 변화를 추구하든, 재정을 통한 돈 풀기에 나서든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채로운 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은 한국 증시에는 기회다.

물론 돈을 푼다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 내의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가계 역시 과도한 부채를 줄여야 소비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시장 기능에 맡기고 각 경제주체에게 고통을 전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악화되어 있다. 기업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가만히 지켜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는 숫자에 반영되고 있다.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1%대 중반까지 내려왔고, 하반기 개선 기대가 약화되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기업가나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상황은 나쁘지 않다. 길게 보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 놓일 때 돈 벌 확률은 올라간다. 위기는 언제나 큰 기회였다. 1980년 이후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009년 금융위기 땐 역성장은 면할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위기 이후 돈을 푸는 과정에서 성장률은 모두 급반등했고, 주가도 강하게 올라섰다. 불황의 끝에 주식을 사는 전략은 한국 증시에서 매번 성공 확률 높은 선택이었다.

2025년 GDP 성장 전망이 더 내려올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로 지금이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입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25년만 놓고 보자.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선거 국면이 시작된다. 정치인은 일단 돈을 풀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늘어난다는 걸 알고 있다. 선거로 정치권력이 바뀌는 시기에 정치인들이 늘 돈을 풀어온 배경이다. 정치인들이 각자의 선거구에서 이기기 위해, 또 정권을 잡기 위해 통화 및 재정 팽창을 선택했다. 주가는 길게 보면 경제를 따라가고 경제는 정치인의 정책에 의해 결정되므로, 궁극적으로 주가는 정치인들에 의해 변화할 수밖에 없다.

투자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기회는 늘 있다. 가치가 쌀 때 사놓으면 시간은 그만큼 보답을 해준다. 2025년 선거 시즌은 정치인이 운전대를 잡을 때이다. 청개구리처럼 경기사이클에 역행할 시기가 되었다. 2025년 경기침체가 활황기로 가기 전의 출발선이라고 보면 낙관적 사고가 효과적이다. 위대한 투자자는 장밋빛 전망이 판을 칠 때 시장에서 떠났고, 비관론이 확산돼갈 때 반전을 모색했다. 다 아는 길이지만 그 길을 따라 걷는 이는 많지 않다.

윤지호 경제평론가

윤지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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