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두들겨 부숴야 한다” 주장에도 입 다문 전직 헌법재판관 인권위원장

2025.02.06 14:17 입력 2025.02.06 14:47 수정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오른쪽)과 김용원 상임위원이 지난달 1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오른쪽)과 김용원 상임위원이 지난달 1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헌법재판소를 두들겨 부숴야 한다”는 주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위 회의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나왔으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인권위 상임위원들은 6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헌재를 부정하는 취지의 문장이 포함돼 논란이 된 김용원 상임위원의 페이스북 글로 공방을 벌였다.

김 상임위원은 전날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국민은 헌법재판소를 두들겨 부수어 흔적도 남김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부정선거론 등을 주장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선동한 혐의로 고발당한 강사 전한길씨를 옹호하며 “무료 변론을 해드리겠다”는 내용의 글을 개인 페이스북에 썼다.

남규선 상임위원이 전씨를 무료 변론하겠다는 김 상임위원의 발언에 관해 인권위원회법 10조의 ‘위원 겸직 금지’ 조항을 들며 문제를 제기하자 김 상임위원은 “무식하다는 소리 안 들으려면 법령을 검토해야 한다”며 “무료 변론은 법에 위배가 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를 부수어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인권위 상임위원도 당도할 수 있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근거를 대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김 상임위원의 논란에 관해 “유념하겠다”는 취지의 말만 반복했다. 안 위원장은 “제가 (겸직 금지 관련) 조항 확인을 하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남 위원이 말씀한 사항을 김 위원은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 상임위원은 “위원장께서는 인권위를 책임지는 10대 인권위원장이시니 이러한 사태를 엄중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위원장이 한 말씀으로 그렇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유념해서 적절한 조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헌법재판관을 역임했다. 남 상임위원은 “본인이 상임위원임을 드러내면서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인데, 일반 국민이 그저 개인의 의견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 위원장님은 헌법재판관으로 6년간 재직하셨는데, 이런 상황에 관해 말씀을 좀 해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계엄 사태 이후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 인권위 안팎으로 큰 비판을 받아왔다. 계엄 사태 후 8일 만에 성명을 냈으나 인권 침해 사항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없는 ‘맹탕 성명’을 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 위원장은 김 상임위원 등이 윤석열 대통령 보호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제출한 것을 결재했다. 이에 전직 인권위원장·인권위원들이 항의 방문했으나 안 위원장은 결재를 철회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보호권’ 안건은 오는 1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공개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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