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클릭’에 복잡한 시선···지지층 확장일까, 빗나간 구애일까

2025.02.06 14:35 입력 2025.02.06 15:23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통상·산업정책 경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통상·산업정책 경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주52시간 노동 기준에 예외를 두는 반도체특별법도 수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를 자처한 이 대표의 외연확장을 노린 행보로 분석된다. 이 대표의 ‘우클릭’은 대권 전략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이지만 당 안팎에선 그 효과에 의문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성장’을 내세웠다. 대표공약이었던 ‘기본사회’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흑묘백묘론’을 거론하며 “탈이념(진영)”을 강조했다.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특례 조항도 노동계와 당내 반발이 있지만 이 대표가 결국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대표 측은 중도층이 중요 기준으로 삼는 건 이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변화라고 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주원인 중 하나도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경제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재명과 민주당에 불신의 이미지가 깊이 박힌 기업가나 중도층이 있어 이를 풀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런 전략이) 기존 지지층을 잃는 제로섬 게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계엄 이후 국가 운영을 할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뿐 아닌가. 성장, 분배 모두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 지지층의 반발에 대해선 상법 개정 추진을 일례로 들며 “(민주당은) 대기업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온 집단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이재명계 일각에서도 이 대표 전략이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일반 국민이 ‘중도를 위해 노력하네?’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이미지 개선엔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통상·산업정책 경청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통상·산업정책 경청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하지만 정책 기조 전환으로 이 대표나 민주당이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클 것이란 지적도 많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지금의 우클릭으론 중도층 표가 빠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층이 강조하는 부분은 신뢰, 정직, 안정성인데 이 대표는 말이 자주 바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말을 바꿨는지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이해를 위해 말을 쉽게 바꾸는 이미지만 키울 것이란 의미다. 채 교수는 그러면서 “이 대표가 성장 담론을 이야기했지만, 노동시장 이중성(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원심력이 발동해 (방점이) 기업으로 왔다고 본다”라며 “자신만의 독특한 성장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는데 중도층이 움직이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 대표 ‘우클릭’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누구를 확 당겨오거나 밀어낼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말을 바꾼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계파색이 엷은 한 중진 의원은 “기업하는 사람들의 여론은 좀 바뀔 것 같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이런 것 한 번으로 (긍정) 이미지가 형성되는 건 아니라서 어느 정도 표로 연결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기조 전환으로 민주당이 ‘분배’ ‘포용’ 등 가치에 기반한 선명성을 잃어버리고, 여권의 프레임에 빠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5선의 이인영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의 52시간 특례 도입 움직임을 겨냥해 “실용도 아니고 퇴행일 뿐”이라며 “단순한 우클릭,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다. 민주당이 쌓아온 ‘민주당 다움’만 허물어진다”고 비판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의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오히려 중도층을 잃어버리는 의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당 안팎의 잡음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수도권 지역 재선 의원은 “(정책 전환을) 사전에 의원들에게 공유하고, 터놓고 비판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진보가 무엇인지, 오늘날 사회적 약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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