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인수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이 유대계 부동산업자 사위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 호재’ 관점에서 가자지구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가 잘 개발되기만 한다면 “모나코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휴양지로 유명한 모나코에 빗대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에 앞서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하버드대 행사에서 “사람들이 생계를 쌓아 올리는 데 집중한다면 가자지구 해안 부지는 매우 값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곳은 다소간 불행한 상황이지만,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청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 고문을 역임했고 중동 특사로 활동하며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이스라엘 협정(일명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했다. 쿠슈너 일가는 유대계 미국인 집안으로 부동산회사를 운영한다. 쿠슈너도 백악관에 합류하기 전 미국 뉴욕에서 부동산 투자자로 일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1기 당시 친이스라엘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힌다. 쿠슈너 집안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인적으로도 친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를 공정하게 중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쿠슈너는 이전에도 아랍 세계와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을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간 부동산 분쟁에 불과하다”고 묘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겠다”고 발언했다. 주민을 주변국으로 내보내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필요하면 미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날 발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를 둘러싸고 혼란이 빚어졌다. 또한 이처럼 황당하고 무모해 보이는 구상의 근거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두고 추측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안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는 그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구상에 관한 국무부, 국방부 등 정부 회의가 전혀 없었었고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만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직전에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 구상을 알렸기 때문에 이스라엘 측도 놀랐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