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서명을 받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학생들이 이렇게 애쓰니까 맹꽁이와 습지 꼭 지킬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해 주셨어요.”
주로 서울 강남구에 사는 청소년들로 이뤄진 ‘맹꽁이청소년자연보듬이단(자연보듬이단)’ 소속 청소년들은 지난해 11월 맹꽁이 서식지인 대치유수지에 파크골프장이 건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9일 자연보듬이단 청소년들은 맹꽁이 습지가 있는 대치유수지와 양재천 산책로 등에서 시민들을 만나 맹꽁이 보호와 서식지 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알렸다. 맹꽁이와 서식지를 지키기 위한 서명도 받았다.
시민들은 몸소 생태계 보호운동에 나선 청소년들을 응원하고, 따뜻하게 격려했다. 자연보듬이단에서 서명 운동에 나섰던 휘문중 2학년 허시율군은 “서명운동을 하며 만난 분들이 ‘자연을 위하는 마음이 기특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했을까’라면서 서명에 선뜻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강남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치유수지는 서울 도심에서는 드물게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수십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맹꽁이들은 2008년 조성된 인공습지인 생태연못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습지가 조성된 이후 인근 양재천에 살던 개체들이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허군을 포함한 자연보듬이단 청소년들과 인근 주민, 환경단체인 숲여울기후환경넷 등은 이 맹꽁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주 1회 토요일 밤마다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반대 서명운동뿐 아니라 파크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강남구청과 강남구의회를 방문해 담당 공무원, 구의회 의장, 부의장 등을 만나 맹꽁이 습지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파크골프장 신설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반대와 주민들의 호응 덕분에 지난달 초 대치유수지 내 파크골프장 계획은 결국 철회됐다. 대치유수지 파크골프장 계획이 백지화된 지난달 7일 강남구청을 방문했던 대원국제중 1학년 박찬형군은 “오늘 강남구청을 방문했을 때,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면서 “나의 작은 행동이 멸종 위기 동물을 지켰다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세인트폴국제학교 10학년 이연두양은 “이전에도 강남구청에 건의해 이미 공사가 완료됐던 경계석들을 맹꽁이를 위해 철거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소통을 통해 평화롭게 공사를 취소할 수 있어 더욱 기쁘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양은 “청소년들의 모니터링 활동과 건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준 강남구청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를 비롯해 지자체들이 앞다퉈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그린벨트에까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파크골프장 이용 빈도와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주민들의 파크골프 참여율과 시설 이용 빈도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 건설된 파크골프장이 한때 유행이었지만 인기가 식으면서 텅 비어버린 게이트볼장처럼 예산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연두양은 “이번에 환경을 위한 청소년, 그리고 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청소년모니터링단으로서 맹꽁이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허시율군은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동네 맹꽁이 습지를 꼭 지켜내서 미래 세대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맹꽁이가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