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적용중인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배당금을 받을 경우 기존엔 절세계좌를 통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편된 현행 제도에선 이같은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뀐 공제 방식에 대해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부의 사다리 걷어차기”라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 국민 세금으로 해외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을 보전해준 것 자체가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부터 정부는 펀드 등을 통한 해외 금융상품에 간접투자할 시 투자소득에 적용되는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을 기존 2단계(국세청 선 환급→후 원천징수) 방식에서 외국납부세액 차감 후 환급 없이 투자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적용중이다.
가령 국내에 상장된 미국주식 ETF의 경우 기존에는 분배금(배당금)에 대해 미국 정부가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15%) 방식으로 떼가면, 국세청이 먼저 이를 운용사에 환급(14% 한도)해준 뒤 운용사가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해 국내 세율로 원천징수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개정된 세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국세청의 세금 환급이 없어져 외국에서 세금을 떼고 남은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일반계좌에서 투자한 경우라면 바뀌는 게 없지만, 문제가 된 것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연금저축 등 절세계좌다. 기존에는 절세계좌에서 국내상장 해외자산 ETF의 배당금을 받을 때 비과세(ISA 기준) 혹은 저율과세(ISA 9%, 연금계좌 3~5%)가 적용됐는데,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높은 세율로 원천징수를 한 뒤에 배당금을 지급하다보니 세제혜택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또 기존에 절세계좌는 만기 혹은 연금 수령시 분배금에 대한 세금을 떼가는 방식으로 세금 납부를 유예(과세 이연)해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세금을 떼고 남은 분배금을 주다보니 이같은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연금계좌의 경우 연금소득세를 낸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논란도 불거졌다.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자산형성 하라며 절세계좌를 홍보하더니 국민의 미래를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제 방식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절세계좌를 사용할 동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당초 해외 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국세청이 환급해주는 것은 절세계좌의 취지에 맞지않고, 형평성 차원에서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에선 ISA의 경우 해외 배당소득에 대해 5%, 연금계좌에선 9~11%를 국세청이 보전해주게 된다. 결국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절세계좌 보유자인데, 비용은 국고로 부담하는 ‘불공평’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ISA 저율과세의 취지는 국내에서 내야할 세금을 깎아준다는 취지이지 외국에서 내는 세금을 돌려준다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엔 (해외투자자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넘어갔지만, 세입 확충이 절실한 시점에서 국내 세금이 미국에 낸 세금을 벌충해주는 데 쓰이는 것은 외국납부세액 공제의 취지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편으로) 혜택이 줄어드는 건 맞지만 일종의 특혜이기 때문에 (선환급을) 없앨 수 밖에 없었다”며 “연금계좌가 외국납부세액공제 혜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높은 수익을 좇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관련 공제를 유지할 경우 정부 부담이 커지고, 국내주식이 아닌 해외주식 투자를 조장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일단 ISA에 대해 오는 7월부터 별도의 적용 기준을 도입하는 한편, 연금계좌에 대해선 연금소득세를 환급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중과세로 발생한 손해에 소급 적용할 가능성에 대해 “감안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