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람 樂書一覽

만년 2군 야수 선우씨 ‘타격이 확 바뀐 이유’

2025.02.06 20:49 입력 2025.02.06 20:53 수정

[낙서일람 樂書一覽]만년 2군 야수 선우씨 ‘타격이 확 바뀐 이유’

데드볼
손장훈 외 지음
황금가지 | 508쪽 | 1만8000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밤 9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잠실 야구장.

한마디로 선우는 밤 9시의 잠실 야구장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시간 그 장소에 서 본 적이 없다. 나이 서른이지만 아직 1군 무대를 밟아 보지 못한 프로야구 2군 선수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왜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냐는 어린 딸의 물음이 잊히지 않는 그는 1군으로 올라서 텔레비전에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염원과는 달리, 그의 실력은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이제는 2군 타석마저 위태롭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우는 경기 중 데드볼을 맞고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충격에 기절했다가 눈을 뜨니 방금 전, 공이 날아오기 직전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선우는 곧 이 현상의 원리를 깨닫는다. 데드볼을 맞을 때마다 시간이 되돌아간다. 덕분에 선우는 마치 독심술이라도 쓰는 듯 상대를 완벽히 예측하며 타격을 이어갔고, 결국 1군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공을 맞은 자리에 상처는 남지 않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반복된 충격이 쌓이며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타임리프’는 시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소설이 사랑받아온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을 되돌려 원하는 결과를 얻는 ‘인생 치트키’ 같은 설정이 강력한 대리 만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우의 타임리프는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능력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끝에 선우가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1군으로 올라서는 게 선우가 정말 원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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