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운동선수 되기 싫어” 취미는 ‘찐’ 독서…목표는 두산 슬러거
키 186㎝, 체중 98㎏의 당당한 체격에 강렬한 인상. 타고난 입담에 무시무시한 괴력을 갖췄는데 취미는 독서. 범상찮은 프로필의 강현구(23·사진)는 시드니 캠프 최고 스타다. 2년 후배 김민석은 “현구 형은 걷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인천고 주장 시절부터 남달랐던 리더십으로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가 된 지도 오래다.
신병교육대 조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훈련병들이 많이 무서워했겠다는 말에는 “얼굴 보고 무서워하다가도 입 열면 너무 다르니까 나중에는 그냥 개그맨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걸출한 입담이 전부가 아니다. 취미가 독서다. 적을 게 없어 독서로 ‘퉁’ 치는 게 아니다. 강현구는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열혈팬이다. 그가 쓴 책은 한 권도 빼지 않고 다 읽었다고 했다. ‘인생의 책’을 묻는 말에도 금방 답이 나왔다. 인문학자 김종원이 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제목의 철학책이다. 강현구는 “괴테 작품들을 바탕으로 저자가 자기 생각을 더해서 풀어 쓴 책인데,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강현구는 “운동선수는 무식하다는 말이 너무 싫었다”면서 “운동부는 수업을 잘 못 따라가니까 책이라도 읽으려고 했는데 술술 잘 읽히더라. 그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한참 만에 야구 이야기가 나왔다. 워낙 힘이 좋아 맞히기만 하면 담장을 훌쩍 넘길 수 있는 타자다. 그 맞히는 것 하나가 고민이다. 시드니에 와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박석민 타격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약점을 감추는 것보다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강현구는 “코치님 말씀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아직 결과는 좋지 못하지만, 제 몸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 중에서도 롤모델을 찾았다. 지난해 34홈런, 통산 156홈런의 슬러거 양석환이다. 강현구는 “양석환 선배님이 정말 제가 원하던 이상적인 배팅을 하시더라”면서 “아까 훈련 때 비법을 좀 배우고 싶다고 말씀을 여쭸다. ‘언제든지 오라’고 하셔서 쉬는 날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현구가 양석환에게 배우고 싶은 건 타이밍이다. 지난해에도 타이밍이 계속 늦어 어려움을 겪었다. 강현구는 “양석환 선배님 타이밍이 워낙 좋다. 포인트가 확실하게 앞에서 형성이 되니까 타구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캐릭터 확실하고 매력 포인트도 넘친다. 야구만 잘하면 슈퍼스타의 기질은 충분하다. 강현구는 “한 가지 특출난 장점을 살리는 게 요즘 야구의 트렌드니까 저도 그렇게 잘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현구가 터지면 두산은 또 다른 초대형 대포를 장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