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기업적 경제 정책 내세우며 연일 ‘우클릭’ 행보
“지지층 확장 도움” “중도 이탈 우려” 당 안팎서 ‘갑론을박’
더불어민주당이 4%대 성장을 목표로 한 집권계획을 발표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성장 우선’ 전략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민주당 대선 준비 정책기구인 집권플랜본부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주형철 집권플랜본부 K먹사니즘본부장은 빅테크·인공지능(AI)·문화·안보 주도 성장을 강조하며, 현재 1%대인 경제성장률을 5년 내 3%대로 끌어올리고 10년 내엔 4%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괄본부장인 김민석 의원은 “현시점 대한민국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민주주의와 성장의 회복”이라며 “성장의 회복이 절박한 과제인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적 성장 전략은 민주, 복지, 평화와 함께 민주당의 전통이자 정체성의 하나”라며 “성장 우선이라는 용어는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이분법이 아닌 성장전략의 수사적 강조로 이해하시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당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분배’가 아닌 ‘성장’에 방점을 찍는 데 대한 안팎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집권플랜본부의 이날 발표는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를 자처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성장’을 내세웠다. 대표공약이었던 ‘기본사회’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한 데 이어 주 52시간 노동 기준에 예외를 두는 반도체특별법도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 측은 이 같은 정책 기조 전환이 중도로의 지지층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재명과 민주당에 불신의 이미지가 깊이 박힌 기업가나 중도층이 있어 이를 풀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조 전환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더 클 것이란 지적도 많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지금의 우클릭으론 중도층 표가 빠진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중도층이 강조하는 부분은 신뢰, 정직, 안정성인데 이 대표는 말이 자주 바뀐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말을 바꿨는지 설명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 대표 ‘우클릭’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누구를 확 당겨오거나 밀어낼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말을 바꾼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5선의 이인영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순한 우클릭, 기계적 중도 확장은 오답이다. 민주당이 쌓아온 ‘민주당다움’만 허물어진다”고 비판했다.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당 안팎의 잡음도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다. 한 수도권 지역 재선 의원은 “(정책 전환을) 사전에 의원들에게 공유하고, 터놓고 비판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없어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