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도 당황” 성급한 가자지구 재건 발표에 수습·번복 ‘혼선’

2025.02.07 15:07 입력 2025.02.07 15:50 수정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의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의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후 구상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민 이주 방안, 미군 배치 등과 관련한 구상을 발표하면, 참모들이 이를 수습하면서 이를 번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 및 전후 통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유관기관과 논의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복구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다른 나라로 영구히 보낼지, 임시로 이주시킬지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다른 입장을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도미니카 공화국을 순방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는) 거주 가능한 곳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곳을 고치기 위해서 사람들은 임시로 다른 곳에서 살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 이주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재건이 실행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역내 (다른) 지역의 훨씬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서 새롭고 근대적인 주택과 함께 이미 재정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가자지구 전후 구상을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도 가자지구 주민들을 주변국으로 영구히 옮기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튿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가자지구 재건 및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임시 이주를 약속했다”면서 그의 발언을 일축했다.

미국이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점령할지, 재건에만 나설지 등 개입 정도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입장이 각각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해 소유(own)할 것”이라며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국제법 위반 및 제국주의적 행태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자 이튿날 루비오 장관은 “(가자지구) 재건 책임을 맡겠다는 관대한 제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수습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바로 트루스소셜에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에서 미국으로 넘겨질(be turned over) 것”이라고 언급하며 미국의 가자지구 통치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배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노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가자지구 소유 구상을 밝히며 “미군 파견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레빗 대변인은 “가자지구 지상에 군대를 투입한다는 것도, 미국의 세금을 쓰겠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며 “최고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역내 파트너들과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군 파견에 선을 그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 “미국 측 병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러한 혼선은 ‘쇼맨십’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과 깊은 논의 없이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당국자 네 명을 인용해 “행정부는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도 국무부, 국방부와 회의조차 하지 않았으며, 재건 계획 발표 당시 함께 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그의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두 명은 “그것(재건 계획)은 그만의 아이디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미국의 가자지구 재건 계획이 실현되리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지로 지목한 이집트와 요르단은 난민 수용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두 나라는 이를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섰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오는 11일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오는 18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영국 매체 뉴아랍은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장악 구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누아르 엘 아누니 EU 집행위원회 외교·안보 담당 대변인은 이날 “EU는 ‘두 국가 해법’이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장기적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강제 이주 조치가 있어선 안 된다고 한 (EU의) 입장을 상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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