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파업 손해액 책정에 제동 건 ‘현대차 파업 판결’ 확정

2025.02.07 16:40 입력 2025.02.07 16:58 수정

2023년 6월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손해배상 소송 철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2023년 6월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손해배상 소송 철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현대자동차가 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추가 생산 등으로 만회된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한 대법원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확정됐다. 노동계는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액 책정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같은 취지를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지난 6일 현대차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의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확정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2012년 8월 울산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다. 지회는 2년 전인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도 사측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며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파업으로 라인이 멈춰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회에 고정비용 5억3138만1200원의 지연비용을 내라는 손배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회는 파업 이후 현대차가 추가 생산을 통해 생산 지연분을 상당히 만회했기 때문에 사측의 손해액 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공장 출고부터 판매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생산 중단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1심과 2심은 현대차의 손을 들었지만, 대법원은 2023년 6월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어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면 고정비용 상당 손해 추정은 유지될 수 없다”며 “추가 생산 등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파업 이후 상당 기간 내에 현대차의 생산관리체계를 통한 추가 생산으로 부족 생산량이 회복됐다고 판단된다”며 “공장에서 일시적인 자동차 생산 지연이 있더라도 그것이 바로 자동차판매계약 취소와 그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매우 높고,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감소로 자동차판매계약이 취소됐다는 자료도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 청구를 막는 노란봉투법 3조의 취지와 닿아 있다. 노동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는 이날 논평을 내 “회사의 불법에 노동권으로 맞선 노동자들을 언제까지 회사의 주장만 듣고 수억, 수십억, 수백억원의 금액으로 십수년 재판에 시달리게 내버려둘 것인가”라며 “정부는 원하청 구별없이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불법에 저항한 노동자들이 소송으로 기나긴 세월을 고통받지 않도록 노란봉투법을 제정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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