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기극’ 다름 없는 윤석열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진상 철저히 밝혀야

2025.02.07 18:11 입력 2025.02.07 18:27 수정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동해 가스전 개발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1차 시추탐사 결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추가 탐사도 중단하기로 했다. 대통령 윤석열이 ‘국정브리핑 1호’라며 직접 마이크를 쥐고 기대를 부풀렸던 사업이 8개월 만에 실패로 끝난 것이다. 산업부는 당시 발표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점도 인정했다.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와 수사,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왕고래 유전은 지난해 6월 윤석열이 직접 나서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깜짝 발표’했을 때부터 의문투성이였다. 배석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추정 매장량은 140억 배럴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2000조원)”라고 했다. 성공가능성이 20%에 불과했지만 금방이라도 산유국이 될 것처럼 기대를 부풀렸다. 4·10 총선 참패후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하자 여론 반전을 위해 무리하게 유전 개발·발표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정부 의뢰로 자원 매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가 세금체납 전력까지 있는 1인 회사임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키웠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1차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인 영향이 개입되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사과했다. 주무부서가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 영향’이 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 논의 절차나 과학적·경제적 판단 없이 윤석열이 프로젝트 추진과 대국민 발표를 밀어붙였음을 시사한다. 주무부처가 1시간 전에야 대통령 발표 계획을 통보받고, 윤석열이 발표 당일 바로 시추를 지시하는 등 석연찮은 정황들이 이제서야 모두 이해가 간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근거 중 하나로 ‘대왕고래 예산 삭감’을 제시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프로젝트 실패’가 알려진 뒤에도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나와 ‘대왕고래 예산 삭감이 국정마비 사안’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얼마나 엉터리 망상의 결과물인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엉터리 발표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혈세를 낭비한 점은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누가 무슨 의도로, 어떤 근거로 탐사와 발표를 결정했는지, 그로 인한 예산 낭비는 얼마나 되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실체조차 불분명한 평가사 선정 과정도 규명돼야 한다. 최고권력자가 국가 중대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더이상 되풀이돼선 안된다. 이번 실패를 계기로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화석연료 개발에서 벗어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나갈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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