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군절 77주기 국방성 방문 축하연설
김정은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 새 계획”
전문가 “새 계획에 북·러 연합훈련 담길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함한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사업”을 언급했다. 핵을 포함한 무기를 고도화한다는 5개년 계획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국방발전 계획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핵과 함께 운용하는 재래식 무기의 발전이나 러시아와의 연합훈련이 담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조선인민군창건절(건군절)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축하연설을 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핵무력을 더욱 고도해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체적인 사업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새로운 계획사업’은 올해 마무리되는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2021~2025)의 후속계획으로 풀이된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공식화한 5개년 계획은 초대형핵탄두·극초음속미사일·군정찰위성·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을 포함한 무기를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13~2017년 핵폭발 능력 강화, 2019년부터 전술핵무기의 다양화에 집중해왔다.
새로운 계획사업에는 러시아 파병의 반대급부로 얻은 군사적 조치가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에는 러시아와 협력을 통한 공군·해군 무장력의 현대화, 북·러 연합훈련, 북·러간 외교적인 안정보장이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지원도 재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3년째 지속되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적 상황을 부추기는 전쟁기계의 막후 중심”에 “미국”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러 조약을 언급하며 “자기 주권과 안정, 영토완정(영토를 완전히 다스림)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정의의 위업을 변함없이 지지성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추가 파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내놓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비판은 ‘미국이 패권주의적 행태로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통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확실해질 때까지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019년부터 다시 1948년 2월8일 정규 인민군 창설일을 ‘건군절’로 기념하고 있다. 북한은 1978년부터 김일성 주석이 이끈 만주 항일 유격대가 인민군 뿌리라며, 항일유격대가 조직된 1932년 4월25일을 건군절로 불렀다. 2019년 10월 당 중앙위 정치국은 4월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부르고, 2월8일은 2·8절(건군절)로 한다고 공표했다. 선대의 흔적은 지워 상대적으로 김 위원장의 독자성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