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간에 ‘15분 인터미션’ 넣은 영화 ‘브루탈리스트’

2025.02.09 14:50 입력 2025.02.09 20:36 수정

영화 <브루탈리스트>.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영화 <브루탈리스트>.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인 라즐로 토스(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영화다. 정식 개봉 전부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브루탈리스트>는 작품성 외에도 긴 러닝타임과 인터미션, 가상의 인물, 인공지능(AI) 사용 등 여러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15분(3시간35분)이다. 여기엔 15분의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이 포함돼 있다. 인터미션 때 영화가 갑자기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시작 1시간40분이 지날 무렵, 스크린에 주인공 가족의 빛바랜 스틸 사진이 뜨면서 휴식 알림과 함께 ‘15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잔잔한 영화 음악이 계속 나오는 채로 영화관 내 조명이 살짝 켜진다. 관객들은 이 시간 동안 일어나 화장실에 가거나 휴대폰을 하는 등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주인공 라즐로 토스를 연기한 에이드리언 브로디.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주인공 라즐로 토스를 연기한 에이드리언 브로디.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연극, 뮤지컬, 클래식 공연도 아닌 영화에 인터미션이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비슷한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년, 263분) <아이리시맨>(2019년, 209분)은 모두 인터미션이 없었다. 최근 개봉작들 중에선 2021년 개봉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피 아워>에 10분 간의 인터미션이 있었지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317분(5시간17분)이었다. 영화제에서 선공개될 땐 인터미션이 없었지만 정식 개봉되면서 짧은 인터미션이 생겼다.

코베 감독은 처음 영화를 만들 때부터 인터미션을 넣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브루탈리스트>의 인터미션은 라즐로가 미국에 어렵게 정착한 후 서서히 건축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는 전반부, 건축물을 만들어나가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갈등을 겪으며 피폐해져가는 후반부 사이에 들어간다. 영화의 서사를 나누기 위한 장치로서 인터미션을 사용한 것이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영화적 필요성 외에 집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데 익숙한 요즘 관객들을 위한 감독의 배려도 담겨있다. 코베 감독은 ‘인디와이어’에 “개인적으로 3시간30분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힘들어 나도 인터미션이 필요했다. 관객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감독들이 인터미션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마틴 스코세지 감독은 206분(3시간26분)에 달하는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을 6~15분의 인터미션과 함께 상영한 일부 극장들에 대해 ‘계약 위반’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35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은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관객들에게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영화 두 편을 상영할 시간에 한 편 밖에 틀지 못하는 만큼, 좋은 시간대에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영화 속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묘사, 홀로코스트 등 극 전반에 녹아있는 실제 역사 등 모든 것이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 같지만 사실 ‘라즐로 토스’가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도 영화의 독특한 점이다.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고해상도 와이드스크린용 카메라인 ‘비스타비전’으로 구현한 건축물의 미장센은 매우 훌륭하다. 에드리언 브로디의 헝가리 억양이 섞인 영어 발음을 AI로 보정해 아카데미상 수상 자격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헝가리, 폴란드 출신 부모와 조부모 사이에서 자란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AI 사용은 전형적인 후반 작업이었다”며 “사람들의 작업을 뺏는 AI 기술은 구현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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