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업계를 강타한 딥시크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거대 기술기업들은 올해 AI에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AI 개발의 효율성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AI 인프라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 등 4개 기업이 밝힌 올해 자본 지출 예정 규모는 총 3200억달러(약 46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총자본 지출액보다 30% 증가한 수준이다. 이 비용은 대부분 데이터센터로 대표되는 AI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모아놓은 공간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은 올해 자본 지출이 1000억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트는 800억달러, 알파벳은 750억달러, 메타는 6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일부 투자자들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값비싼 도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을 이용해 빅테크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딥시크와 유사한 움직임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스탠퍼드대·워싱턴대 연구진은 고성능 추론 모델 ‘s1’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엔비디아 H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6개를 이용해 단 26분 만에 훈련했다고 밝혔다.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훈련에 사용된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이 50달러 미만”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시중에 나와 있는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기반으로 ‘증류’ 기법을 활용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증류란 대형 AI 모델의 출력 결과를 학습해 작은 모델이 유사한 성능을 내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s1은 추론 능력을 강화한 구글의 최신 모델의 답변을 학습했다고 한다. 딥시크도 자사 모델 개발 과정에서 증류 기법을 활용했다.
다만 이것이 빅테크의 투자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크크런치는 “증류는 AI 모델의 기능을 저비용으로 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현재 사용 가능한 모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아니다”라고 했다. 매체는 “빅테크 수준의 투자는 여전히 AI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AI 가격 경쟁을 촉진해 AI 보편화를 앞당기고, AI 인프라 수요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9일 실적 설명회에서 “토큰(AI 모델이 처리하는 가장 작은 데이터 단위)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AI를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