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주 다수의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부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상호 관세의 예외 대상은 많지 않으리라고 전망돼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 전선’은 중국뿐 아니라 전통 우방국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25%의 보편 관세를 예고했다가 한 달간 유예한 상태다. 보편 관세와 추가 관세에 이어 상호 관세까지 꺼내든 것이다. 상호 관세란 두 나라가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유럽연합(EU)이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만 부과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99% 이상의 관세가 철폐돼 사실상 무관세 상태다.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원론적으론 영향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해 9번째 대미 흑자국인 만큼 어떤 꼬투리를 잡을지 모른다. 반도체 등 특정 품목별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규제나 법규 등 비관세 장벽까지 상호 관세 개념에 포함시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시바 총리의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 ‘선물 보따리’를 근거로 한국엔 더 큰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역시 치킨게임 양상으로 돌진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대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걸림돌이 되는 건 당연지사다. ‘트럼프 폭풍’이 임박한 상황이지만 한국은 윤석열 계엄·내란 시도에 따른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무방비로 ‘트럼프 폭풍’에 휩쓸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통상관료들이 치밀한 통상전략을 세워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