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불 연기 피해 추적…호흡기 응급 질환 가능성 22% ↑
에어컨을 갖추지 못한 집에 사는 사람은 여름철 산불이 났을 때 호흡기 질환 때문에 응급실에 내원할 가능성이 22%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멘털 리서치’를 통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캘리포니아 산불에서 발생한 짙은 연기 때문에 병원 응급실을 찾은 주민들의 치료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들여다본 데이터는 총 5000만건이다. 이를 통해 산불로 발생한 연기 때문에 천식이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린 환자가 자신의 가정에 에어컨을 달았는지를 따졌다. 분석 결과, 에어컨을 갖추지 않은 주민은 갖춘 주민보다 응급실에 내원할 가능성이 2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연기를 마시면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기에 다량 포함된 ‘초미세먼지’ 때문이다. 초미세먼지 지름은 2.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데, 크기가 너무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해 질환을 만든다.
에어컨을 켜면 집 안 공기를 재순환할 수 있어 산불 연기가 섞인 외부 공기를 마실 일 자체가 없다. 고성능 필터가 달린 에어컨이라면 산불 연기가 섞인 외부 공기를 정화해 집 안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어컨이 없는 집은 다르다. 특히 여름처럼 날씨가 더운 시점에 산불이 났다면 창문을 열어 더위를 식히는 일과 창문을 닫아 산불 연기를 막는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창문을 연다면 초미세먼지를 마시는 일이 불가피하다. 연구진은 “집 안에 에어컨을 갖추기 어려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