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을 위해 기증자의 간을 절제할 때 배를 가르는 개복 수술 대신 작은 구멍만 내는 복강경 수술만으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김상훈 교수 연구팀은 간 우엽을 절제한 복강경·개복 수술의 비교 연구를 국제학술지 ‘외과학 연보(Annals of Surgery)’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4~202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 간 이식을 위해 시행된 기증자 우엽 간 절제술 3348건(복강경 329건, 개복 3019건)을 분석했다.
간 이식은 말기 간질환이나 간기능 부전, 간세포암 등이 심각해져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사실상 마지막 치료법인 경우가 많다. 그 중 생체 간 이식은 살아있는 기증자의 간을 절제해 이식하는 방법인데, 이 과정에서 복부에 낸 작은 구멍을 통해 간을 절제해 빼내는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면 기증자에겐 흉터와 통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다만 간은 혈관이 많고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의료진이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개복 수술이 기증자에게도 안전하다고 인식돼 왔다.
연구진이 복강경과 개복 수술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비교 분석한 결과, 복강경만을 이용해 간을 절제했을 때 개복 수술보다 기증자에게 합병증이 발생한 비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90일 내 전체 합병증이 발생한 비율은 개복 수술(3.7%)보다 복강경 수술(0.9%)이 더 낮았다. 특히 담도 합병증이 복강경 수술을 받은 기증자에게선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기증자가 간 절제 후에도 건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간을 이식받은 수혜자에게도 수술 방식에 따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90일 이내 담도계 합병증 발생률은 복강경(18.3%)과 개복(18.0%) 수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장기 생존율(5년) 역시 복강경(86.2%), 개복(85.9%)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밖에 수술 후 기증자와 수혜자의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간 문맥과 담도의 변이가 주요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는 점도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연구로 복강경을 활용한 간 절제술의 안전성이 확인됐지만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위험인자를 고려해 기증자를 선별하는 한편 고난도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진의 역량 또한 바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강경을 통한 수술은 기증자의 복부에 지름이 1㎝인 구멍 5개를 뚫어 수술 기구를 넣고 우측 간을 절제한 뒤 치골 상부의 작은 구멍으로 빼내는 수술법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뱃속의 혈관을 보호하며 간을 잘라내야 하므로 난도가 높지만 외과의사 5명이 투입되는 개복 수술과 달리 1명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기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순수 복강경 기증자 우엽 간 절제술은 기증자 합병증이 적고 수혜자 예후는 개복 수술과 차이가 없어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에게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간 이식의 주요 합병증 위험인자인 문맥 및 담도 변이 등을 고려해 간 기증자를 신중히 결정한다면 순수 복강경 간 절제술은 기증자 우엽 간 절제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