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행, 황교안 대행 시절 열흘 만에 통화보다 늦어져
조태열 장관, 방미 무산 후 14~16일 뮌헨안보회의 참석
루비오 미 국무와 양자회담 조율, 성사 땐 고위급 첫 대면
일본이 최근 미국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대미 외교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고위급 대면 접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의 방미는 무산됐고, 한·미 정상 간 통화도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서 한국이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오는 14~1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다. MSC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포럼이다. 회의에는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참석하는데, 마크 루비오 국무부 장관(오른쪽)도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양자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는 MSC를 계기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이 만난다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간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 된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주요 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공동 대응하면서 ‘북한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라는 기본 원칙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MSC를 계기로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 앞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회담을 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한·미·일 등 다층적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여는 양자회담은 별도의 단독 양자회담보다 논의의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감한 안보 및 무역 등 분야를 주제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기는 한계가 있다. 애초 조 장관은 이번주 중 미국을 방문해 루비오 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루비오 장관의 대내외 일정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달 23일 루비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 방문을 초청받았다. 양측은 이른 시기에 회담을 개최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키로 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20~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도 불참한다고 5일 밝혔다.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이 이달 내에 만날 기회는 MSC가 유일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 정상 간 소통 추진도 답보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미 정상 간 대면 회담은 불가능하다. 최상목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2017년 1월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통화한 것과 비교해도 늦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문제를 두고 “외교부를 통해 오퍼를 넣어놓은 상태”라며 “그쪽 사정에 따라 연락이 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