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학교 관계자 등 조문 이어져
“어떤 부모가 안심하고 학교에 자녀 보내겠나” 오열
추모 발길 이어진 초등학교 앞에 국화꽃 등 놓여져
“아이에게 항상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르면 조심해야하지만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학교 선생님만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11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김하늘양(8)의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앞에 선 하늘양 부친이 울분을 토했다. 빈소엔 해맑게 웃고 있는 영정이 놓여져 있었다. 빈소 옆엔 하늘양이 평소 좋아했던 검은색 점퍼가 걸려있었다.
김하늘양의 부친은 “앞으로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자신이 없다”며 “2월8일은 아이 할머니, 2월9일은 아이 동생의 생일인데 앞으로 아이 동생의 생일은 어떻게 챙겨줘야하나요”라고 울먹였다.
그는 “가장 안전하다는 학교 안에서 선생이 학생을 살해하는데, 그 어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로 보낼 수 있겠나”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저의 아이가 겪은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심신미약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 않게 하는 법을 만들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이제는 별이 된 아이가 천국에서라도 자유롭게 뛰어놀기를 기도해주는 것 뿐”이라며 “하늘에서라도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 20여명이 장례식장에 들어서자 빈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영정을 바라본 조문객들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침통한 표정을 지은 일부 조문객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말없이 흐느꼈다.
조문객을 맞은 부친은 “친구들이 아이를 잊어버리지 않게 책상에 국화꽃을 놓아주길 부탁드린다”며 “평소 아이와 친했던 친구들의 충격이 많이 클텐데, 선생님들이 애기들을 잘 보살펴주세요”라고 말했다.
하늘양 모친의 손을 잡으며 오열한 한 조문객은 “내가 계속 데리고 있었어야 했는데…”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양의 할아버지는 “굉장히 순했던 아이는 내게 인형과도 같았고, 저를 닮아 미술을 좋아해 무언가를 빚는 걸 참 좋아했다”며 “교사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엄한 처벌을 피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4~5년만에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안전한 학교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해 참담할 따름”이라며 “12일 예정된 전국 교육감 회의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 휴업한 초등학교 앞에는 추모를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학교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초등학교 앞에는 국화꽃과 인형, 과자 등이 놓여 있었다.
초등학교 앞에서 18년간 분식집을 운영해온 김모씨(73)는 “가게 문을 닫을 즈음에 갑자기 앰뷸런스 두 대가 지나가는 걸 보곤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동네 분이 쓰러져 출동한 줄 알았다”며 “과학수사대 글자가 새겨진 경찰차도 연이어 지나가면서 동네에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하늘양은 전날 오후 5시50분쯤 학교 안 시청각실 창고에서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쓰져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 역시 흉기에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