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내란 이후 저항과 연대의 문화정치’ 학술 포럼
발전된 민주주의체제도 가장 반대 극단인 독재로 점프할 수 있다는 것 보여준 사례
12·3 비상계엄과 이후 전개된 상황과 관련해 한국 사회가 파시즘 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연속 포럼 ‘내란 이후, 저항과 연대의 문화정치’ 1차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의 첫 발표자로 나선 신 교수는 “12·3 비상계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 최초의 계엄 선포로, 성공했다면 (한국은) 역사상 가장 부유한 독재국가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발전된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반대 극단인 독재로 점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반국가 세력’, ‘종북좌파’, ‘공산전체주의’, ‘체제전복 세력’으로 규정된 집단의 ‘처단’을 목적으로 한 12·3 비상계엄이 성공을 거두었더라면 제노사이드적 잠재력을 갖는 테러독재 체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은 ‘절멸의 기획’의 인적·조직적·담론적 하부 구조는 몇 사람을 감옥에 보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 파시즘이 압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엄 실패 후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포퓰리스트로 변모하면서 극우 세력의 조직적인 대규모 대중 행동과 가공된 ‘적’들에 대한 폭력 선동이 나타나고 이에 대해 대통령과 집권당은 묵인 또는 동조하고 있으며, 극우 세력이 법원과 헌재, 경찰 등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양상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아직 하나의 체제로서의 파시즘이 수립되진 않았으나 전 단계까지 갔다”면서 “집권당이 파시즘적 사회세력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는 대단히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아직까지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와 직무정지, 체포와 구속기소, 헌법재판소 변론 절차까지 민주적 제도와 헌법기관들이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다”면서 군·경찰 등 국가기구 민주화 실패에 대한 성찰과 개혁, 정당정치 내 극단주의·반민주 세력 약화를 위한 정치동맹 구축,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극단주의, 혐오, 폭력 문제 대응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상황을 파시즘의 전면화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한 서강대 HK연구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최근 극우 세력의 결집은) 단기적·일시적 결집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사법절차가 마무리되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극우주의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전광훈과 K-극우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전광훈의 ‘아스팔트 교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와 함께 보수대연합이 붕괴한 자리를 대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극우 대중은 오프라인과 접속하기 위해 전광훈 현상이 작동하는 광장의 플랫폼 속으로 결집했다”면서 전 목사는 “21세기 공론장에서 극우를 재활성화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1차 포럼은 성균관대 BK21 한국어문학 교육연구단, 성균관대 글로컬문화콘텐츠 연계전공, <문화/과학> 편집위원회, 문화사회연구소, 문화연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캣츠랩, 현대정치철학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3월7일에는 2차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