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0일 1학년 학생 김하늘양(8)이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됐다. 언론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피의자인 40대 교사가 ‘돌봄교사(초등돌봄전담사)’라며 잘못된 정보를 보도했고, 그의 병력을 단편적으로 전달했다. 교육청과 경찰이 11일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사건 발생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성급하게 쏟아진 보도가 특정 직군, 병환에 대한 혐오와 혼란을 불러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양은 학원에 가려고 돌봄 교실을 나섰지만 학교 건물 내 창고에서 교사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렸다. 김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돌봄교실’에서 귀가하려다 발생한 사건이어서 피의자가 ‘돌봄 교사’라는 오보가 곳곳에서 나왔다.
즉각 온라인에는 애꿎은 초등돌봄전담사를 폄하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교사’ 혹은 ‘돌봄교사’로 표기한 기사에 “교사가 아니라 돌봄전담사다”라거나 “계약직·공무직으로 다르다”며 일반교사와 구분하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외부인력을 무방비로 받는 게 문제”라거나 “채용조건이 더 까다로워져야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학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는 댓글도 있었다.
피의자 A씨는 돌봄업무와 관련없는 정교사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전날 밤 “돌봄교사로 많이 보도돼 있으나 일반 교사임을 알려드린다”고 긴급 공지했다.
교육계에선 김양에 대한 추모보다 ‘정교사’와 ‘공무직’ 초등돌봄전담사를 갈라치기 바빴던 행태가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통화에서 “일부 교육계 종사자들이 교사 전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까 봐 지레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이는데, 학생이 생명을 잃은 사안에 대해 학교 안전 문제가 아닌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교사들의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모였다. 교사들이 모인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한 참여자는 “피해 어린이에 대한 추모와 애도만 있어야 할 곳의 편가르기가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엑스(구 트위터)에 “돌봄교실 문제가 심각하고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게 살인을 할 만한 이유가 된다고 하거나, 8세 아이를 교사가 살해한 일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교권 추락부터 걱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단편적인 병력만 보도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A씨가 ‘우울증을 이유로 질병 휴직을 냈다가 복직한 상태’였다는 사실은 사건 직후부터 알려졌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정채연 정치발전소 이사는 페이스북 계정에 “비극일수록 느리고 침착한 발화가 필요하다”며 “그 장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실을 모르는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하건 다 추측인데,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식의 말을 하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은 “정신질환을 범죄 동기·원인과 연관시키는 데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너무 끔찍한 사건이기 때문에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면서도 “그만큼 초기 정보가 중요한데, 충분한 조사가 있기 전에 경찰에서 우울증 병력이 확인돼 보도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단편적인 보도로 우울증을 가진 이들이 병력을 숨기거나 오해를 받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A씨는 6개월 질병 휴직을 했으나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 조기 복직했다. 지난 6일에도 학내 동료 교사에게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을 저지른 당일 대전 서부교육지원청은 A씨를 학교로부터 분리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학교 관리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A씨는 “수업에서 배제되는 것이 짜증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어떤 아이든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