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직 내홍 이어져
MBC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 지적도
진보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MBC와 한겨레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졌다. 괴롭힘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사측의 대응 과정에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어 언론사 내부의 조직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안팎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겨레 직원 101명은 지난 11일 사내에 ‘직장 내 괴롭힘, 이제 최우성 사장이 답하라’는 제목으로 연판장을 붙였다. 이들은 “진보언론 한겨레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필요없다”며 “구성원을 보호하기보다 간부 지키기에 급급한 회사의 태도에 많은 구성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최근 돌봄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 뉴스룸 부국장 등이 가족회의 내용과 간병계획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내홍을 겪고 있다. 한겨레 노·사공동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괴롭힘이 있었다고 결론을 냈지만,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직무상 장애 또는 분쟁을 야기했다’는 사유로 부국장에게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을 내렸다. 뉴스룸 국장은 징계가 아닌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겨레 여론미디어팀이 이를 비판하는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성명을 기사화하려다 반려되자 여론미디어팀장이 보직사퇴를 하는 일도 있었다. 한겨레 직원들은 연판장에서 “한겨레 내부가 이런데도 뉴스룸 구성원들이 괴롭힘, 따돌림, 성희롱 등 폭력적인 직장 문화를 바꾸자는 기사를 떳떳하게 쓸 수 있을까”라고 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회사도 이 사안의 심각성과 연서명을 하신 분들의 문제의식을 알고 있다”며 “이번 상황과 관련해 사규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치를 진행하고 있고, 이와 함께 조직문화나 제도와 관련해 진단·개선할 부분을 인사위원회가 사측에 건의한 상태”라고 했다.
MBC도 최근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오 캐스터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MBC가 내놓은 입장문도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등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구성원의 죽음을 반성하기보다 진영논리를 앞세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가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처럼 일하는 방송제작인력 상당수를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며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했던 오 캐스터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 2·3)을 적용받으려면 ‘근로자성’을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하며 오 캐스터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오 캐스터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라며 “MBC의 진상규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