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해 4월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노보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방송 라디오센트로와의 인터뷰에서 “9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많은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우리는 (부정선거)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국 선거관리위원회와 모니터링을 한 미주기구(OAS)의 일부 지역 집계치가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보아 대통령은 또 무장 세력이 일반 시민에게 특정 후보에게 표를 던지도록 강요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노보아 대통령은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노보아 대통령은 개표율 97.13% 기준 44.16%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노보아 대통령의 뒤를 바짝 쫓은 좌파 시민혁명운동(RC)의 루이사 곤살레스 당대표는 43.94%를 득표하며 예상치보다 선전했다. 에콰도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 후보에게 10%포인트 앞선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OAS는 부정선거 설을 즉각 부인했다. OAS 선거 감시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들이 집계한 개표 결과는 선관위가 발표한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에콰도르에 파견된 유럽연합(EU) 선거 감시단도 “선거는 투명했다”며 노보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 후보로 출마한 노보아 대통령의 모친 아나베야 아신도 논란에 휩싸였다. ADN의 아신 후보는 RC의 리카르도 파티노 후보와 함께 차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노보아 대통령이 연임하고, 아신 후보까지 당선돼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아들과 어머니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각각 장악해 삼권분립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재자로 평가받는 남미 지도자들은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때 부정선거 음모론 카드를 꺼내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에서 야당이 더 많은 득표를 했다는 집계 결과가 공개되자 “해외에서 개표 시스템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도 2022년 재선에 실패하자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을 퍼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