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E 권한 대폭 키우는 정부 구조조정
머스크 “관료주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
월권·이해충돌 논란 여전…사법부 갈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인력을 감축하고 추가 채용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각 기관이 채용할 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소속 직원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에게 효율성 개선과 감원을 통해 연방정부 인력 규모를 줄일 계획을 제출하라고 행정명령을 통해 지시했다. 이에 따르면 각 정부 기관은 직원 4명이 그만둘 때 1명만 추가 채용하도록 제한된다. 다만 공공안전, 이민, 법 집행 등 일부 직무는 예외로 한다.
그동안 정부 인력의 대규모 감축을 주도해온 DOGE의 권한도 크게 늘어난다. 행정명령에는 기관마다 DOGE 팀장을 배치하고, 각 기관장은 DOGE 팀장과 채용 계획을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DOGE 팀장이 채용을 반대하는 직무는 공석으로 두되, 기관장이 별도로 결정하는 경우에만 채용하도록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머스크의 DOGE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3주 동안 쌓아온 것보다 더 큰 권한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머스크는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을 찾아 30분간 기자회견을 하며 정부 감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검은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5세 아들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X Æ A-Xii)를 데려와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머스크는 이 자리에서 연방 정부 공무원을 “선출되지 않은 제4의 권력”이라고 비판하며 “관료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 민주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DOGE를 둘러싼 월권·이해충돌 논란에 대해서도 “DOGE의 모든 행동은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머스크 역시 비선출직인 데다, DOGE의 작업은 그다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DOGE가 추진하는 연방 정부 개혁 작업으로 머스크의 회사들이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정부 기관 폐지와 대규모 공무원 해고에 따라 머스크의 회사들에 대한 연방 기관의 조사나 규제 조치가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6개 회사에 대해 총 32건 이상의 조사를 진행 중이던 최소 11곳의 연방 기관이 트럼프 정부 들어 ‘연방 정부 개혁’ 작업의 영향을 받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장 최근 개혁 작업의 표적이 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폐쇄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머스크가 소유한 테슬라가 자동차 판매 시 제공하는 대출금 회수 방식 등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제기한 불만 수백 건을 조사 중이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머스크의 방대한 사업 제국은 이미 혜택을 보고 있거나,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됐다”고 했다.
DOGE에서 주도한 조치를 둘러싼 법적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규모 퇴직 프로그램 시행, 연방 보조금 지급 동결 등 정책은 잇따라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날 로드아일랜드 연방법원 존 매코널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보조금·대출금 지출 동결 명령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고 공개 질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사들이 우리가 부패를 찾으려는 것을 막으려 하는 걸 믿기 힘들다”며 “매우 (사안이) 심각하다. 어쩌면 우리는 판사들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머스크, J D 밴스 부통령도 “판사 탄핵”을 주장하는 등 사법부를 향한 공격적 발언을 이어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간 마찰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