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반인 117명의 DNA, 혈청, 혈장, 연막이 들어옵니다. 검체들은 20개 박스, 1920개 바이알(튜브)에 나뉘어 담겨 있어요.”
지난 11일 청주 오송의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NBK). 이날 인체자원은행에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위해 수집한 첫 인체 자원이 들어왔다.
인체자원은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세포 ·혈액 ·소변 등을 뜻한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은 국민의 임상 정보·공공 데이터·유전체 데이터 등 인체자원을 통해 얻은 의료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날 117명분을 시작으로 희귀질환자, 중증질환자, 일반참여자 등 2032년까지 100만명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인체자원은행에 들어온 117명의 검체는 검수 과정을 거쳐 혈청·혈장·세포 등을 보관하는 액체질소냉동고로 옮겨졌다. 내부 온도 영하 196도를 유지하는 냉동고 속 인체자원은 반영구적으로 보존 가능하다.
인체자원은 기증을 통해 혈액과 소변 등 다양한 형태로 수집되는데, 혈액은 혈청과 혈장으로 분리된다. 혈액에서 추출한 DNA 자원도 수집 대상이다.
저장고에 보관 중인 인체자원은 학교와 병원, 민간 연구기관 등 인체자원이 필요한 연구자들에게 심의를 거쳐 수수료를 받고 분양한다. 주로 심혈관 질환, 희귀질환 등 다양한 분야의 보건의료 연구에 쓰이는데, 현재까지 약 5400개 연구 과제에서 인체자원을 활용했다.
2021년에는 인체자원을 활용해 알코올성 간질환 발달에 기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출시된 신속 진단키트도 코로나19 양성 잔여 검체를 분양 받아 개발됐다.
정영기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은 “자원을 수집해서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목적의 사업으로, 연구자들이 자원을 토대로 치료법이나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자원은행은 2001년부터 연평균 3만~4만명분의 인체자원을 수집해 현재 47만명분의 검체를 보관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통해 약 100만명 분의 인체자원을 추가 수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2000만 바이알(튜브)을 저장할 수 있는 제2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을 증축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인체자원은 질병기전 연구, 진단법 개발,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 국민의 질병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