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기본권 제한” 판단
학교 측, 학생 징계 강행
동덕여자대학교가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의 본관 점거, 현수막 게시, 구호 제창 등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지난 10일 기각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채권자(총장 등)는 학교 점유관리권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집회·시위를 막아달라는 요구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12일 법원 결정문을 보면 학교 측은 ‘학생들이 건물 점유를 풀고 앞으로도 건물 점거·시위 등을 하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건물 점거 방법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래커·페인트를 이용한 낙서, 오물 투척, 근조화환 설치, 현수막·사진 게시, 북·앰프 등 도구를 사용한 구호·노래 제창 행위를 하거나 제3자가 이러한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이 명령을 어길 시 채무자(총학 등)는 채권자에 매일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간접 강제(위반 1일당 100만원 지급)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교 건물이 ‘교육용 기본 재산’이고 총장 등은 지배권자·관리자이므로 점유관리권(건물 점유를 빼앗긴 자가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학교는 교육을 위한 시설에 지나지 않아 권리 능력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총장 등이 점유관리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총학생회 등이 ‘본관 점거를 주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기각 사유로 꼽혔다. 그간 학교 측은 총학생회를 시위 주동자로 보고 형사 고발도 했다. 재판부는 “총학생회의 ‘기다려달라’는 공지에도 학생들이 ‘총학생회와 별개로 시위를 하자’는 취지의 글을 게시해왔다”며 “점거 행위가 총학생회 등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를 일괄 금지해달라는 학교 측의 요구가 너무 광범위해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봤다. 법원은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가처분을 통한 금지는 엄격한 제한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을 기준으로 유사한 수준의 행위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가처분을 명하지 않았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음이 고도로 소명됐다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 대한 형사 고발·징계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학교 측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다음날 학생들에게 징계 절차 관련 4차 내용증명을 보냈다. 총학생회 소속 학생 등 20여명에 대해 형사 고발도 진행 중이다.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은 지난 11일 성명에서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학내 민주주의와 여대를 지키기 위해 연대해준 많은 페미니스트, 시민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3월에도 학교 측 규탄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