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왕적 대통령의 기만과 국민 분열

2025.02.12 21:16 입력 2025.02.13 10:43 수정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프랑스는 1894년 드레퓌스 사건으로 국론이 분열돼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겪었다. 드레퓌스 대위는 유대인이란 이유로 억울하게 스파이로 몰려 외딴섬에 유배됐고, 정계는 진실규명과 사회정의를 외치며 재심을 요구했던 ‘드레퓌스파’, 국시·국익과 군대의 명예를 최우선하는 군부와 왕당파의 ‘반드레퓌스파’로 갈라졌다. (‘진범’이 밝혀진 뒤에도 석방하지 않자)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기사를 통해 군부의 부도덕성을 폭로하며 ‘진실’을 알렸고, 그 후 프랑스 사회는 내전 수준의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1906년 마침내 재심이 이뤄져 드레퓌스의 무고함이 밝혀지고 사건이 종결됐다. 이 사건을 통해서 군부가 개혁되고 왕정복고를 꿈꾸던 왕당파 세력이 무너지며 공화정이 안착돼갔다.

윤석열 정권의 희생자인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은 ‘진실’을 날조하고 정권과 군부 세력의 거짓과 위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드레퓌스 사건과 유사하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진실’을 폭로하였고, 군부 세력은 ‘상부의 지시를 어겼다’며 항명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후인 2025년 1월13일, 군사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본인의 과오와 실수가 나오면 이를 뒤엎거나 감추기에만 급급했고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자신의 반대자와 지지자들을 ‘편가름 싸움’으로 이용해왔다. ‘개 사과’ 사건이나 ‘바이든-날리면’ 언쟁도 그렇다. 지금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적 분열을 극대화하는 국민 기만 전략을 감행하고 있다. “나는 곧 국가”며 “나는 곧 헌법”이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국가가 무너진다.” 왕(王)을 지지하는 신민(臣民) 세력으로 왕당파를 결집하려는 ‘역사적 과오’는 민주주의 체제에 결코 부합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나와서 ‘증인’으로 나선 군·정보 관계자들이 비상계엄 당시 자신이 격노하며 전했던 말을 증언한 것에 대해 모두 부인하며 ‘탄핵 공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비화폰 내역을 풀어내지 못하는 ‘시간차’를 최대한 이용해 ‘진실’을 가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쇼를 감행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총장으로 남에게 죄를 묻고 뒤집어씌울 수 있을 듯한 기세로 제왕적 대통령의 실추된 권한을 복원하려는 듯 당당하게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기실 윤 대통령은 주위의 용맹한 증언에 따르면 검찰총장 시절부터 ‘쿠데타’를 운운해왔고 비상계엄의 성사를 위해서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준비해왔으며 그 누구보다도 계엄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역정을 내던 대통령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증인들 앞에서, 정작 자신은 ‘수치심’도 없이 거짓말로 일관하며 비겁하게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국가의 당당한 품격’이라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이미 비상계엄 선포 자체로 대한민국의 품격이 바닥 치고 국가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는데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흔들림 없이 국민 기만과 분열의 준동 세력으로부터 ‘헌법의 정신’을 올곧이 세워야 한다. “계몽령 계엄령”은 ‘착한 살인교사’ 같은 모순어법으로 민주공화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역사적 과오라는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걸 입증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 특권이 근절되어야 민주공화국이 성립한다는 ‘국가정의’를 천명하기 바란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는 여야를 넘어서 거짓선동과 기만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세력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 ‘공적 책무’를 다하는 공직자(public servant)들을 중심으로 개편되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굳건히 건립해나가야 한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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