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코스프레’ 여권···‘권력 복귀’ 꿈꾸는 윤석열 대통령이 걸림돌

2025.02.13 15:34 입력 2025.02.13 15:37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에 앉아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에 앉아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약자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폭거 때문에 비상계엄 선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논리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수 야당의 국회 운영은 법 테두리 내에 있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이 될 수 없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과 시행령으로 야당에 맞섰던 ‘강자’였다. 탄핵소추된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에도 대통령직 복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여권의 ‘약자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여당 내부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계엄선포 이유로 야당 탓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7차 변론기일에서 “제가 취임할 때 야권은 선제 탄핵을 주장하며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며 “(여당의) 의석수도 100석 조금 넘는 의석 갖고 어떻게든 야당 설득해서 뭘 해보려고 한 건데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을 하는 건 대단히 악의적이고 대화·타협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정권을 파괴시키는 게 (야당) 목표라고 하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회에)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박수 한 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취임하고 갔더니 아예 (야당 의원들이) 의사당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여당 의원만 보고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된 뒤에야 대통령이 야당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국민이 알아주기 시작했다”며 “대통령이 약자라는 것이 이제서야 드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약자 코스프레 전략을 차용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을 44차례, ‘이재명’을 18차례 언급하며 대야 비판에 집중했다. 야당에 협조를 부탁하는 통상의 여당교섭단체 대표연설과는 달랐다. 권 원내대표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단언컨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은 기자에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이 마음대로 하지 않은 게 무엇이 있느냐”며 “탄핵소추 이후엔 민주당 집권기였다. 이제는 철저하게 (국민의힘은) 야당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구속기소된 이후에 여권의 이미지가 약자로 전환된 것이 보수세력 지지율 결집의 주요 이유로 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하면서 여론 지형이 반전됐다고 해석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총리 탄핵소추 전까지는 ‘윤석열 심판대’였다면, 그 이후엔 ‘이재명 시험대’였다”며 “국민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수권 능력을 계속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약자 프레임의 최대 걸림돌이 윤 대통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약자 이미지가 아닌 데다, 헌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과정에서 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면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같은 약자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에서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땔감’으로 윤 대통령을 활용하려는 국민의힘과 권좌 복귀를 노리는 윤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불일치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에게 “구치소에 면회 다녀온 의원들 얘기가 윤 대통령이 더 건강해지고 눈빛이 또렷해졌다, 윤 대통령은 복귀까지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나서면 그때는 정말 답이 없다”며 “윤 대통령은 강자 이미지가 있어서 언제든 약자 프레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