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가 일제히 국민연금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논의가 복잡한 구조개혁 대신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부터 먼저 입법화하자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이 다음주 국회에서 모수개혁 법안을 심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연금개혁이 진도를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국회 등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오는 20일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모수개혁 방안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20일 법안소위에서 논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안 될 경우 21일 전체회의에 상정해 논의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먼저 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험료율(현행 9%)은 13%로 (여야 간) 이견이 없고, 소득대체율(현행 40%)은 국민의힘의 44%와 민주당의 45% 사이에 1%포인트만 차이가 있다”며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하자”고 제안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는 다음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특위 구성에 합의한다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연금개혁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정부도 모수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연금개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연금개혁”이라며 “누구도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 순서는 정했지만 세부 논의의 주체를 두고는 여야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특위에서 모수개혁 입법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모수개혁은 국회 복지위에서 하고 구조개혁은 특위에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모수개혁과 관련해 법안 논의가 늦어질 경우 야당이 주도해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6일 ‘연금 관련 입장문’을 내 “모수개혁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2월 내 처리하려 한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법안 심사를 지연시키려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심사해 처리하려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선 모수개혁’에는 이견이 없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적연금 강화 입법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중심의 모수개혁을 우선 처리한 후 구조개혁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다만 모수개혁은 소득대체율 50% 등 일반 시민이 주체가 된 연금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여당은 모수개혁 중에서도 보험료율을 먼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차후에 논의하는 ‘분리 처리’ 방식을 제안했다. 연금개혁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2단계로 나누고, 모수개혁을 또 다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로 쪼개서 처리하자는 취지다. ‘선 보험료율 인상’에 한해서는 연금특위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율은 합의됐으니 진행하되 소득대체율은 합의되지 않으니 나중에 하자는 ‘분리 처리론’은 그간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결국 분리 처리론은 재정안정화 주장을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사회적 논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