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깁니다” 윤석열·조태용 엇갈린 진술···‘홍장원 통화’ 신빙성은

2025.02.13 17:52 입력 2025.02.13 19:45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정원장이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체포조 지시’를 받기 전 나눈 통화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이 한국에 없다고 생각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격려차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 원장은 자신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분명히 전했다고 증언했다. 두 사람의 증언이 배치되면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목적이 계엄과 무관했다는 윤 대통령의 논리는 더 약해진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조 원장이 국내에 있느냐 해외 미국 출장 중인가에 대한 오해 때문에 시끄러워진 것 같다”며 비상계엄 당일 저녁 상황에 대해 강변했다.

윤 대통령과 조 원장의 통화는 윤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체포조 지시’를 내리기 전에 이뤄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전화해 “아직도 거기시죠?”라고 물었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 다음날 미국 출장이 예정돼 있었고,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미국 출장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상태였다. 조 원장은 윤 대통령 물음에 “아직도 여깁니다”라고 답했다. 한국에 있다는 뜻이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의 대답을 “아직도 미국이다”로 받아들였고, 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격려차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 원장 진술은 달랐다. 경찰 조사에서 조 원장은 자신이 통화에서 “여깁니다”라고 대답한 뒤 윤 대통령이 “미국 안 가셨어요?”라고 물었고, “내일 떠납니다”라고 답하자 윤 대통령이 “알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는 취지다. 조 원장은 하루 뒤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진술을 반복했다. 이날도 조 원장은 조사 내용대로 통화한 사실이 맞느냐는 김형두 재판관 질문에 “제 기억은 그렇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도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 방첩사를 도우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전화로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는 것이 홍 전 차장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1~2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고 있어라’고 지시했다는 점도 명시됐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약 2시간 뒤 홍 전 차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윤 대통령은 “봤지? 비상계엄 선포하는 거”라며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무조건 도와”라고 말했다. 이전 통화에서 말한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체포조 지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국정원은 간첩 정보가 있으니 후배들을 잘 챙겨라”고 말하기 위한 전화였다고 해명하며 대뜸 간첩을 꺼내들었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방첩사령관이 (홍 전 차장과) 육사 선후배니 방첩사 지원을 잘 해줘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을 해임한 것이 체포조 의혹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2월6일 아침에 제가 홍 전 차장에게 (체포조 지원을) 지시했다는 기사가 나서 오해가 생기니까 한동훈 대표에게 ‘이거 봐라, 내가 홍장원한테 약점 잡힐 일이 있으면 재가하겠나’ 하면서 들어와서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가기 전에 재가하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적절한 지시가 오갔다면 해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 대해 “야권과 관련한 정치적 중립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앞선 변론에서 “경질 이유가 ‘체포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게 증인 생각이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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