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인도주의 교류도 끊긴 ‘적대국 남북’

2025.02.13 18:15 입력 2025.02.13 22:27 수정

북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의 외부 전경. 통일부 제공.

북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의 외부 전경. 통일부 제공.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금강산관광지구 내 이산가족 상시 상봉 장소인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고 있다고 통일부가 13일 밝혔다. 이미 해금강호텔·소방서 등을 철거한 북한이 이산가족면회소까지 없애면 금강산지구에는 남측 시설이 모두 사라진다. 이산가족면회소는 분단·실향의 눈물이 배인 남북 교류의 상징 아닌가.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일방적인 행태가 매우 유감스럽다.

이산가족면회소는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정신을 담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의 산물이다. 2002년 제4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로 착공해 2008년 7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로 완공됐다. 이곳에서는 2018년 8월까지 5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려 남측 4000여명이 북측의 가족·친지를 만났다. 지난해 말 현재 이산가족 신청자 중 3만6941명만이 생존해 있고, 그중 65.5%가 80세 이상이다. 북한은 이제나저제나 다시 상봉할 수 있을까 오매불망하는 이산가족에게 실낱같은 기대조차 접으라는 건가. 북한은 지금이라도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북·미 협상 결렬 후 지시한 대로 금강산지구 내 남측 시설을 하나씩 철거해왔다. 지난해 남북을 ‘하나의 민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에는 경의·동해선 도로·철도 폭파, 휴전선 일대 지뢰 매설과 방벽 설치 등으로 남북 단절을 가속화했다. 이제는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로 이산가족에게 ‘분단의 아픔’을 안겼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지만, 인도주의적 교류나 협력은 공개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남북관계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일지 알 수도 없다. 하지만 북한이 무엇을 해도 한국이 하는 거라곤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북한 핵보유국’을 거론하면 걱정하고, ‘북한 비핵화’를 얘기하면 안도하는 게 우리의 실정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이런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한반도가 계속 강 대 강 대치로 갈 순 없다. 윤석열 내란 속 권한대행 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고, 헌정 공백 사태부터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를 한순간도 잊어선 안 된다. 남북이 서로를 자극하지 말고 신중한 메시지 관리로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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