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문형배·이재명 친분설’ 주장 이후 욕설 전화 폭증
윤 극렬 지지자들, 홈피 게시판도 민원 글 144만여건 도배
서영교 의원 “엄연한 테러와 위협에 직원들 무방비 노출”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극렬 지지자들의 헌재에 대한 악성 민원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화한 뒤 헌재로 걸려온 민원 전화가 이전보다 최대 1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 홈페이지 게시판은 재판관 개인을 향한 비방글 144만여건으로 도배됐다. 정치인들의 작은 제스처라도 있으면 그 이후엔 예외 없이 엄청난 수의 극렬 지지자들이 헌재를 공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13일 경향신문이 헌재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인한 2024년 12월6일~2025년 2월7일 헌재 민원 전화 횟수를 보면,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헌재를 노골적으로 공격한 뒤 폭증했다.
헌재 민원 전화는 지난해 12월6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4주간 하루 최소 6건에서 최대 63건으로, 하루 평균 31건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6일(130건)과 7일(113건) 처음으로 100건을 넘었다. 지난달 6일은 헌재가 주 2회 간격으로 5차까지 변론기일을 지정한 뒤 맞은 첫 업무일이었다. 같은 날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헌재를 항의방문해 “1주에 2번씩 재판하는 것은 헌재가 예단을 갖고 재판을 편파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우리 당 의견”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심판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이 반발하자, 극렬 지지자들이 항의성 전화를 쏟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원 전화는 설연휴 후 첫 업무일인 지난달 31일 617건으로 폭증했다. 두 달 중 가장 적었던 날(6건)에 비하면 100배 이상이다. 이후에도 집계 마지막 날인 지난 7일까지 하루 최소 175건(2월4일)에서 최대 471건(2월5일)으로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민원 전화는 413건에 달한다.
설연휴 동안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향한 이념 공세를 쏟아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엔 권 원내대표가 ‘문 권한대행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친상에 문상을 갔다’고 주장했으나 거짓으로 밝혀졌다.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은 전화뿐 아니라 헌재 홈페이지 온라인 게시판도 민원 글로 도배하고 있다. 이달 6일까지 두 달 동안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민원 글은 142만9837건에 달한다. ‘질문과 답변’란과 ‘온라인 청원’란에 올라온 민원 글도 각각 1만4306건, 1236건이다. 헌재와 재판관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이 내용의 대부분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 권한대행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유해가며 인신공격성 ‘문자 폭탄’을 보내고 있다.
헌재 내부에서는 악의적 민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를 응대해야 하는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5일엔 민원 전화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헌재 직원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았다. 서영교 의원은 “엄연히 헌재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이고 사법체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헌재 직원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