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듣지 않는 환자, 뇌 ‘이곳’이 달랐다

2025.02.14 13:02 입력 2025.02.14 15:25 수정


우울증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뇌파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우울증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뇌파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치료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 우울증 환자를 뇌파 분석으로 선별해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 연구팀은 항우울제 반응성과 관련된 뇌파 신호의 특징을 규명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심리의학(Psychologic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진은 우울증 약물치료 효과가 양호한 환자 269명과 효과가 미미한 치료 저항성 환자 98명, 그리고 건강한 성인 131명의 뇌파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뇌의 신경망 기능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주의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특정 뇌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두안구 영역과 두정엽의 연결이 약화돼 있었다. 이 부위는 섬세한 정서와 충동, 사회성, 주의력을 조절하는 영역으로, 이곳의 연결성이 약하면 외부 자극에 대한 정서 조절이 어렵거나 사회적 기능과 집중력 등이 저하되고 부정적인 생각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뇌의 보상 회로 기능도 저하돼 있어 항우울제 복용 후에도 기분이 개선되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

치료 저항성 환자와 약물치료 효과가 양호한 환자를 아우르는 모든 우울증 환자 그룹에선 후대상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양상이 관찰됐다. 후대상피질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역할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이곳이 과활성화되면 부정적 사고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 이는 우울증 환자들이 내면적 사고에 갇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우울증 환자 중 약 30%는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치료 저항성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환자에게 일단 약을 처방한 뒤 효과가 없으면 다른 약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 저항성 환자들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뇌파 검사로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으면 항우울제에 대한 반응이 낮은 환자를 미리 선별해 대안이 되는 ‘전기 뇌자극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 맞춤형 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약물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적의 치료법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우울증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뇌파 분석을 통해 조기에 치료 저항성을 예측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어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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