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고 알싸하고 부드러운 파…지금이 제철, 먹어봤니 ‘양대파’

2025.02.15 09:00 입력 2025.02.15 09:01 수정

갓 수확한 통통한 양대파.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갓 수확한 통통한 양대파.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줄 서는 맛집으로 유명한 을지로의 한 고깃집. 탄탄한 육질의 고기 못지않게 인기있는 건 독창적인 곁들임찬이다. 특히 숯불에 통으로 올려 고기 기름을 발라가며 굽는 쪽파가 별미다. 최근 이 집 불판 위에 새로운 채소가 등장했다. “다른 고깃집에서 먹어볼 수 없는 맛” “특색있게 맛있다”는 후기의 주인공은 ‘양대파’다.

양대파는 양파와 대파의 교접종이 아니라, 양파를 대파처럼 기른 작물이다. 오래 보관한 양파의 싹을 생각하면 안 된다. 한 대의 양파에서 여러 개의 잎이 나도록 연구한 끝에 탄생한 특허받은 채소다. 충남 당진의 김도혜 농부는 “양파처럼 달달하고 쪽파만큼 알싸하며 대파보다 부드러운 식감의 맛”이라고 소개했다. 질깃한 이물감이나 쓴맛이 없어서 어린아이들도 뱉어내지 않고 먹으며 치아가 약한 이들에게도 제격이라고 했다. 항산화 성분 퀘르세틴이 풍부한 것도 김 농부의 자랑이다.

양대파는 양파의 달달함과 쪽파의 알싸함을 머금고 있어 고기에 곁들이기 좋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양대파는 양파의 달달함과 쪽파의 알싸함을 머금고 있어 고기에 곁들이기 좋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양대파는 ‘대파구이’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칼소타다처럼 숯불에 구워 먹는 파로 먼저 알려졌다. 통통하지만 금세 익고 특유의 향긋함이 살아있어 고기에 곁들이기 좋아서다. 미쉐린가이드에 오른 약수동의 돼지고기 맛집뿐만 아니라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도 고기와 양대파를 함께 냈다.

생파채처럼 내기도 한다. 파는 특유의 결로 인해 채를 썰고, 양파채는 매운 맛을 빼기 위해 찬물에 담그는 과정을 거치는데 양대파는 뭉툭하게 툭툭 썰어 ‘참소스’로 잘 알려진 고기소스와 먹으면 아삭한 식감까지 누릴 수 있다.

10년 전 양대파를 개발해 재배하고 있는 김도혜 농부.

10년 전 양대파를 개발해 재배하고 있는 김도혜 농부.

김 농부가 추천하는 양대파 요리는 김치다. 4월쯤 전라도에서는 양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에 ‘양파줄기’라 부르는 덜 여문 양파를 잎째 김치로 담그는데 그 맛이 일품이란다. “그 지역에서만 한시적으로 먹을 수 있는 김치인데, 양대파로 김치를 만들면 그 맛을 낼 수 있어요.”

끈적한 진이 나오지 않아 모든 반찬에 넣어도 그 맛을 해치지 않고 복합적으로 식감을 살린다. 김 농부는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했다. 국에 넣는다면 보글보글 끓었을 때 양대파를 넣은 뒤 바로 불을 꺼야 한다. 1분이면 충분히 익는다.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양대파를 스테이크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양대파를 스테이크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부산의 유명 일식당에서는 ‘양대파 튀김’을 내기도 했다. 파와 양파로 가능한 모든 요리에 응용력을 발휘해볼 만하다. 김 농부가 꺼내놓은 비장의 응용요리는 ‘양대파 컵라면’이다. “바쁘다 보니 컵라면을 즐겨 먹는데 양대파 1촉을 송송 썰어 넣으면 국물도 달달해지고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양대파는 양파 싹으로 해준 반찬을 싹싹 비우는 동생의 입맛에서 착안했다. 김 농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특허를 받고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에서 연구를 이어갔다. 그 동생이 어느덧 중학생이 됐다. 10년 차지만 양대파는 아직 생소하다. 특허권을 가진 영농조합을 중심으로 한정된 주변 농가와 협업하며 재배하기 때문이다. 인기 작물로 떠올랐다가 너도나도 뛰어들자 가격이 폭락하고 농부들에게는 큰 상실감을 남겼던 몇몇 선례에서 얻은 교훈 덕분이다. 20년 넘게 양파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보며 ‘갈아엎는 작물’은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양대파는 ‘대파구이’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칼소타다처럼 숯불에 구워 먹기에 제격이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양대파는 ‘대파구이’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칼소타다처럼 숯불에 구워 먹기에 제격이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 제공

“농부의 현실이 팍팍해요. 인건비, 약값 등 생산비는 오르는데 작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농산물은 첫인상이 무척 중요해요. 소비자에게는 최상의 퀄리티를 제공하기 위해 저희가 직접 관리하고 있어요. 제값을 받는 게 목표이기도 하고요.”

“비싼 값보다는 제값”이 목표이니만큼 고정가를 고집한다. 비싸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최근 쪽파 가격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양대파는 연중 재배가 가능하지만, 제철은 11월부터 5월까지로 꼽는다. 물조리자리영농조합법인의 스마트스토어, 컬리, 현대백화점 등지에서 판매하며 가격대는 1㎏에 1만원(손질 전).

주문하면 전날 수확한 작물을 보내는 터라 냉장고에 종이포장째로 두면 한 달까지도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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