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빙허 현진건, 상화 이상화, 육사 이원록, 해환 윤동주.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저항작가 다섯 분이다. 2023년은 현진건과 이상화 선생의 서거 80주기였고, 2024년은 한용운과 이원록 선생의 서거 80주기였다. 16일은 윤동주 시인(1917~1945)이 서거한 지 80주년 되는 날이다.
‘자하문 고개’ 버스 정류장 옆에 보이는 작은 문학관. 윤동주 문학관이다. 문학관은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방치되었던 청운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었다. 철판 문에 보이는 시인의 모습과 함께 시 ‘새로운 길’이 문학관을 찾는 발걸음을 입구에서 반긴다. 윤동주 문학관은 크게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아쉽게도 제2전시실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오롯이 눈으로 시인의 일생과 시들을 따라가며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제1전시실은 ‘시인채’. 시인의 일생을 시간순으로 배열한 사진 자료와 친필원고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은 ‘열린 우물’.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물탱크의 상단을 개방하고 하늘과 바람과 별이 함께하는 중정을 만들었다. 물탱크로 사용했던 흔적이 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제3전시실은 ‘닫힌 우물’. 매 15분 간격으로 <별의 시인 윤동주>가 상영된다. 저작권 때문에 내부 촬영이 안 된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
문학관을 나와 뒤편 산길을 따라가면 ‘시인의 언덕’을 만날 수 있다. 일제 식민으로 살아가야 했던 한 젊은 시인의 고뇌와 성찰을 떠올리며 천천히 걷기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