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발언 분석
홍장원 등 증인 진술 흔들며 ‘책임회피’ 일관
불리한 증언 나오면 “정치 공작·내란 프레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헌법재판소는 18일 9차 변론에서 양측의 서증조사를, 20일 10차 변론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요구한 10차 변론기일 변경을 수용하고 최종변론기일을 가질 가능성까지 고려해도 3월 중순쯤 윤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3~8차 변론에 나와 발언권을 적극 활용했다. 변론이 거듭될수록 윤 대통령의 말이 많아졌다. 3차 변론 때 윤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약 6분이었다. 증인신문이 시작된 4차 변론에선 약 13분으로 늘어났고 지난 13일 8차 변론에선 20분에 달했다. 그의 말이 길어질수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다’ 등 궤변도 쏟아졌다.
3~8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총 37차례 호명했다. 8차 변론에서만 24차례 거론했다. 자신의 발언 중 가장 긴 시간인 약 18분을 홍 전 차장에 할애했다. 홍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깨는 것이 이번 심판의 관건이라고 본 듯하다.
윤 대통령은 8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이유는 조 원장이 미국 출장 중으로 한국에 없는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고,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원장이 부재중이니 국정원을 잘 챙기라”는 취지였다며 체포 지시를 부인했다.정작 조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내일 (미국으로) 떠난다”고 윤 대통령에게 알렸다고 진술해 윤 대통령 말에 모순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5·8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한 건 “계엄사무가 아니고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긴박한 계엄 선포 상황에서 ‘간첩 잘 잡으라’고 국정원에 일반적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을 증인으로 재신청했고, 헌재가 수용해 20일 10차 변론에서 다시 만난다.
윤 대통령은 ‘계엄’이란 말을 총 88회 사용했다. 주로 계엄 선포 이유를 강변하기 위해서였다. 윤 대통령은 4차 변론에서 계엄 선포가 야당의 ‘줄탄핵’ 때문이라며 “국가 비상상황, 위기상황이 국회 독재에 의해서 초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이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놔뒀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사실상 위헌·위법 사실을 인식했다고 자백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계엄 선포 전 ‘5분 국무회의’에 그치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해제 국무회의는 1분밖에 안 했다”며 5분 회의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는 47회, ‘해제’는 31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서 “군인들이 본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5차 변론에서 4차례에 걸쳐 “계엄이 신속히 해제돼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6차 변론 증인으로 나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은 ‘정치공작’ ‘내란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도 했는데 3~8차 변론에서 ‘인원’을 8차례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범죄 수사 개념이 아니라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어떤 게 있고 어떻게 가동되는지 스크린하라”거나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는 8회 거론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계엄 선포 이유로 들었다.
7차 변론에 나온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도 선관위 시스템 취약성을 일부 인정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