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에서 일상으로

2025.02.16 21:24 입력 2025.02.16 21:30 수정

[반복과 누적]혁명에서 일상으로

지난 1일 브루노 마스와 로제의 ‘아파트’(APT.·사진)가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올랐다. 한국 여가수로는 최고 기록이다. 모든 기사가 그렇진 않았지만 구체적인 음악 얘기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순위와 수익을 강조해 국뽕을 자극하는 조회수 장사는 이제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활자 매체만은 아니다. 거대한 낚시터가 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대다.

장르로 구분하면 ‘아파트’는 팝 펑크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펑크란 무엇인가. 적시하면 펑크는 뭐가 있기보다는 없는 음악이다. “달랑 코드 3개로 음악 할 수 있다”라는 게릴라적 상상력이 펑크 정신의 요체다. 심지어 펑크의 시조새라 할 영국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는 베이스를 전혀 칠 줄 모른다는 바로 그 이유로 베이스 연주자가 됐다. 한데 이 덕분에 펑크는 결정적인 장점을 획득한다. 뼈대만 덜렁 있는 음악이기에 다른 장르와 아주 잘 붙는다는 거다. 특히 전자음악과의 궁합이 좋다.

팝 펑크답게 ‘아파트’는 단순한 구조에 일렉트로닉 효과를 양념처럼 섞었다. 그중 30초부터 시작되는 팝적인 후렴구에 주목해야 한다. ‘아파트’를 반복하는 구호가 엔진이라면 이 후렴구는 곡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변속 기어다.

펑크는 1970년대 기업화된 엘리트 록, 더 나아가 당대 권력에 대한 반동으로 출발했다. 이후 수많은 밴드가 등장해 펑크를 음악적인 질료로 빌려 성공을 맛봤다. 시간의 흐름 속에 시대적 반란을 꿈꾸는 운동이 아닌 장르적 차용을 위한 도구로 바뀐 셈이다. 자연스러운 변화다. 어차피 모든 혁명에는 끝이 있고, 종국에는 일상의 영역에 스며드는 법이니까.

‘아파트’는 펑크적인 구성으로 중독성을 취하고, 팝 선율을 더해 히트한 사례로 앞으로도 거론될 것이다. 2026년 그래미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이 의견은 국뽕이 아니다.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