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청년들 향한 메시지 발신 계속
2030 여론조사는 ‘탄핵 찬성’ 우세
윤 정부, 여가부 폐지·채 상병 사건
청년층 ‘정치적 동원’ 위험 알려야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고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누구의 말인지 맞혀보라는 퀴즈를 낸다면 당신의 답변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객관식 선택지(가나다순)까지 제시한다면? ①김대중 ②김영삼 ③노무현 ④윤석열. 꼼꼼하게 기사를 읽는 독자라면 ④번을 선택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될 때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일부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네 명의 대통령이 언젠가 한 번쯤은 했을 법한 말이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 말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 헌법질서를 유린하고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의 언어가 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연거푸 쏟아낸 메시지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자신의 지지세력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한정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걸까, 탄핵 반대 시위대에는 청년들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의 ‘청년’ 호명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과 수십명에 이르는 청년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청년들은 이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일까? 계엄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탄핵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청년 다수의 의견인가? 2월 2주차 한국갤럽과 전국지표조사(NBS)의 여론조사 결과는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을 묻는 문항에 20대와 30대는 각각 61%, 5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탄핵심판 결과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20대 62%, 30대 60%가 동의했다. NBS 조사에서는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데 20대 63%, 30대 66%가 동의했고, 탄핵심판 과정 대응에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20대 67%, 30대 64%로 나타났다.
가장 신뢰할 만한 두 조사에서 모두 2030 청년들의 응답은 탄핵 찬성이 60%를 웃돌며 헌재 심판에서 보여준 윤석열의 행동에 매우 부정적이다. 여기에는 ‘청년’ 운운하는 그의 언설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청년들의 응답은 탄핵 찬성 30~40%, 윤석열의 헌재 심판 대응에 50%가 넘는 긍정적 답변을 제시한 60대와 70대 이상의 응답과도 대조적이다. 여전히 한국의 청년들 다수는 탄핵에 동의하며, 고령층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윤석열이 청년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생각해보자.
청년에도 성(性)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면, 청년여성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운 그 시점부터 돌아서고 있었다. 그나마 청년남성들의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030 청년남성들의 투표율은 여성보다 훨씬 낮았다.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여성들의 투표율은 72.2%에서 75.2% 사이에 걸쳐 있었던 데 비해 청년남성들의 투표율은 66.3%에서 70.7% 수준에 머물렀다. 인구수에 차이가 있지만, 청년남성들의 지지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청년남성들의 태도는 채 상병 사건 이후 눈에 띄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캠퍼스 안팎에서 청년남성들과 접할 기회가 많은 나는 채 상병의 죽음과 박정훈 대령에 대한 부당한 처벌 과정에서 그들이 돌아서고 있음을 보았다. 청년남성들은 윤석열이라는 이름 자체를 꺼렸고 그들의 태도는 분노와 조롱, 비아냥으로 변해갔다.
계엄이 발표된 밤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려는 군인과 시민들의 대치, 공수처 조사에 불응하며 일반 사병들까지 방패막이로 삼았던 한남동 관저 속 윤석열의 모습, 헌재 심판에서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한 그의 태도. 이런 모든 장면들은 옴니버스 영화처럼 청년남성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것은 군복무라는 무거운 책임에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새길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윤석열 청년팔이의 본질을 드러내고 위험을 알리는 일이다.
청년남성들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누는 반민주 세력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경쟁 압박과 취업 불안 속에서 성장해 온 ‘생존세대’ 청년들이 사회적 균열의 수단이 되고 정서적 양극화로 인해 불행한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당과 언론, 시민사회의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