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만들어내고 있는 자동화 물결이 이제 단순한 예측이나 공상이 아닌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딥시크가 고효율 생성형 AI 제품을 만들어내고 메타가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산업 변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은 ‘해고 열차’를 멈출 기세가 없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느낌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가 신기술 중심의 사업 확장을 위해 1000명 수준의 감원을 단행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올해는 더 이상 엔지니어를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AI 기술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올해 들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는 전체 고용 인력의 17%를 감원할 계획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025년 2월 중순까지 알려진 미 기술 분야 해고 인원은 약 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5만2000명, 2023년 26만4000명, 2022년 16만5000명과 비교해 규모는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직원 해고의 특징은 ‘일자리’를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직무’나 ‘업’을 없애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경기침체’나 ‘사업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람을 덜 쓰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경기순환형’ 구조조정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 구조를 AI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반복적인 작업은 물론 일정 수준의 분석·판단 업무까지 자동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인력이 수행하던 업무 자체가 사라지거나 형태가 바뀌면서 전통적인 직무가 무더기로 없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콜센터, QA, 데이터 정리 등 반복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해당 부문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업무도 AI가 기초 분석을 신속히 수행해주면서 예전만큼의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 상황이다.
물론 AI로 인해 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솔루션 개발 및 세일즈, 데이터 알고리즘 설계, AI 활용 영업 등 신기술 관련 직무는 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노동시장에는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원 감축을 넘어 특정 업종·업무 자체가 소멸될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AI 기술 개발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 내 기업이 미국 내 다른 지역이나 전 세계 다른 국가보다 빨리, 더 민감하게 기술 개발에 따른 노동의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실리콘밸리에서만 벌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영향을 축소하는 전문가도 거의 없다. 언젠가 닥칠 현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기업, 노동계가 힘을 합쳐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할 새로운 안전망을 마련하고 재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이 불러올 노동시장 재편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사회 전반의 체계적 대응이 요구된다.
2025년 초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의 인력 감축은 단순한 비용 절감 조치를 넘어 AI 투자와 혁신 전략에 따른 구조조정의 한 단면이다. 팬데믹 기간의 과잉 고용을 교정하는 상황과 함께 AI와 자동화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이번 결정에 녹아 있다.
기술 혁신과 경제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노동계 공동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