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새 연 강우량 뚝 떨어지는 현상 3차례
이례적 상황…운하 채울 물 부족 현상 발생
지구 온난화 영향 가능성 관찰 필요 목소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지름길인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파나마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나마 운하에 배를 띄우려면 충분한 물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몇 년 새 운하 주변 강우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의 정치적 대립과는 별개로 이상기후 때문에 파나마 운하가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지구물리학회(AGU)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82㎞ 길이의 지름길인 파나마 운하를 채울 물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최근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공식 자료를 통해 밝혔다.
파나마는 본래 연 강우량이 2000㎜에 이르는 습한 곳이다. 그런데 1998년과 2016년, 지난해에는 연 강우량이 1750㎜ 이하로 떨어지는 이례적인 일이 생겼다. 지난 144년간 파나마 관측 기록에서 가뭄에 준하는 상황이 약 30년 사이 이렇게 촘촘히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형적인 이상기후다.
강우량 저하는 파나마 운하 운영에 지장을 일으켰다. 가뭄이 없던 2023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총 1만4080척이었는데, 가뭄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1만1240척으로 크게 줄었다. 단 한 해 사이 20%가 감소한 것이다. 이유는 비가 적게 오면서 최대 26m인 운하 수심이 얕아졌기 때문이다. 화물이 많이 실린 큰 선박은 물이 깊어야 뜰 수 있다.
AGU는 파나마 운하에서 물이 부족했던 해는 모두 적도 주변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오른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엘니뇨 현상은 지난 수백만년간 일어난 자연적인 현상인데, 왜 하필 지난 30년 사이에는 3차례 가뭄에 준하는 상황을 유발했는지가 연구 과제다. 관련 과학계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예기치 못한 영향을 줬는지 살필 예정이다.
파나마 운하는 최근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였을 뿐만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미국인 3만8000명이 희생될 정도로 힘들게 완공한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이를 환수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했으며 1914년 개통됐다. 이때부터 운하 통제권은 80여년간 미국에 있었고, 영구적 중립성 보장 등을 조건으로 1999년 파나마 정부로 이전됐다. 그런데 이런 파나마 운하가 정치적 문제 이전에 이상기후 때문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AGU는 “파나마 운하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호수 주변에서 숲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숲이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했다가 방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