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활동 재개를 예고한 가운데 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한동훈(친한)계 인사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 전 대표의 비상계엄 당시 행동과 정계 복귀 여부 등을 두고 설전이 오가는 모습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 곧바로 입장을 낸 데 대해 “한동훈 대표가 바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 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해 “충분한 정보 획득 후 결정은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한 긴급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risk taking(위험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게 리더다”라고 밝혔다. 그는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책 출간을 알리며 복귀를 예고한 한 전 대표 행보를 두고도 충돌이 이어졌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당이 집중해야 될 시점”이라며 “그런 것들은 하지 않고 조기 대선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건 정치인으로서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핵심 당직자는 모든 당원에게 공정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며 “특히 당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당의 주요 인사들이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오해받을 수 있는 말은 더 삼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을 간접 언급하면서 “(신 수석대변인은) 짧게 책 출간 소식을 전한 한 (전) 대표의 글에만 ‘정신이 팔렸다’는 저속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런 편향성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정도면 당 대변인이 아니라 특정캠프 대변인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당이 계엄을 막아냈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전화를 핑계로 도망치듯 뛰쳐나가 야당의 비웃음을 샀던 분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닌 듯하다”고 덧붙였다.
신 수석대변인과 박 의원은 TV조선 앵커 출신 선후배로 지난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의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