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낸 세금 60조원 돌파···법인세 역전 눈앞

2025.02.17 15:21 입력 2025.02.17 16:29 수정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해 근로소득세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세수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쟁이들이 낸 세금과 기업들이 낸 세금이 거의 같아진다는 뜻이다. 정부의 대기업 감세 정책과 반도체 불황 등으로 조만간 근로소득세가 법인세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1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상용 근로자 수(1635만3000명)가 1년 전보다 18만3000명 증가하고, 근로자 1인당 임금(416만8000원)도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근로소득세 수입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근로소득세수는 25조4000억원에서 2020년(40조9000억원)에 40조원을 넘겨 2023년에는 59조1000억원으로 뛰었다. 10년새 2.4배로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비중도 전체 국세 수입의 18.1%를 차지했다.

반면,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법인세는 62조5000억원 걷혀 2023년보다 17조9000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8.6%로, 200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법인세수로 이어지는 2023년 법인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 세전 순이익이 전년 대비 88.8% 감소했다. 서비스업(-43.1%), 철강(-39.9%) 업종의 세전 순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대기업 중심의 비과세·감면 확대도 법인세수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추정 결과, 2021년에 8조8924억원이었던 법인세 감면액은 2023년 12조4259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기업의 시설투자 부진으로 9조7000억원대로 내려갔지만 올해는 12조6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올해 전체 정부지출(재정+조세지출) 예산 중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최근 10년간 가장 크다.

올해도 대규모 비과세·감면이 예정된 데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녹록지 않으면서 세수 기반은 더 흔들릴 전망이다. 법인세 부진이 지속하고 근로소득세 증가하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근로소득세 수입이 처음으로 법인세를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 국가 재정이 직장인들의 ‘유리 지갑’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세수 안정을 위한 세제 개편, 증세 등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그동안 법인세 감면이 과도하게 진행된 결과 세수 기반이 취약해졌다”며 “앞으로는 이런 감세 조치를 정상화하는 것을 넘어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 과세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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