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트럼프는 왜 아직 국회 통과도 안 한 ‘플랫폼법’을 압박할까?

2025.02.17 16:22 입력 2025.02.17 17:44 수정

플랫폼법에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포함 전망

미국, 알리·테무 등 중국 견제 심리

국내 법안은 주요국보다 제재수위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비관세 장벽’으로 국내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법을 지목하면서 국내 관련 입법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구글, 메타 등 자국의 빅테크 기업만 대상에 오르면 중국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플랫폼법안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주요국보다 제재 수위도 낮은 편인 한국의 플랫폼법까지 거론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법 관련)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국회와 논의하겠다”며 “국익 관점에서 통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플랫폼 법안과 관련해 통상환경을 언급한 건 미국 신 정부가 ‘비관세’ 장벽으로 한국의 플랫폼법안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USTR)는 지난 6일 청문회에서 한국의 플랫폼법을 콕 찍으며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EU 등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직접 언급했다.

한국의 플랫폼법안은 여야 입장 차이로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거대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금지·최혜 대우 요구 등 4대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감시하는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정부는 사후 규제를, 민주당은 사전 규제를 주장하는 셈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월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월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통과조차 되지 않은 한국의 법안을 두고 미국이 거론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중국 견제 심리가 깔려 있다고 해석된다. 정부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매출액 3조원 이상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구글·메타·아마존·애플 등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딥시크 사태와 같이 AI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미국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기업은 빼고 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규제하는 법안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위가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플랫폼법’을 거론한 이유로도 풀이된다. 향후 플랫폼법안이 통과되면 관련된 규제 강도가 높아져 법 위반 행위의 증명 책임을 빅테크 기업이 직접 져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공정위는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제재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자국 빅테크 기업과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빅테크 규제 강경파’인 리나 칸을 대신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앤드루 퍼거슨이 지명된 것도 이런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U·영국·일본 등 美 우방국도 빅테크 규제···국내보다 ‘엄격’

m0218b?????????????

m0218b?????????????

이같은 미국 측의 우려는 그러나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플랫폼 법안이 미국 기업만 겨냥한다는 주장과 달리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판단하기에 향후 테무·알리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이미 시행 중인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의 경우 규제 대상 6곳 중 5곳이 미국 기업이다.

한국 플랫폼법은 오히려 규제 범위와 처벌수위 모두 주요국보다 수위가 낮다. 현재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일본에 플랫폼 관련 규제법이 있다. EU와 일본은 기업의 위반행위 소명 사유를 한국보다 엄격하게 본다. 영국과 EU·일본은 법 위반기업에 기업분할명령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 부과 기준도 한국은 매출액의 최대 8%인 반면, EU는 매출액의 최대 20%다.

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들어서면서 플랫폼 법안에 신중하자는 입장이 감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플랫폼법 입법을 신중히 살펴봐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플랫폼 규제는 주요국에 비해 제재 범위도 넓지 않고, 규율의 강도도 낮은 편”이라며 “향후 미국 측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서 변화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