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논의 패싱’ 위기 젤렌스키, 미·러 회담 직후 사우디 간다

2025.02.17 20:16 입력 2025.02.17 20:36 수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논의에서 이른바 ‘패싱’ 위기에 처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직접 갈 예정이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세르히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키포로프 대변인은 이 방문은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동행하며 “오랫동안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가 만나는 날짜가 공식화되면서 우크라이나도 대통령의 일정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곧 사우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다.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과 미국 백악관은 양국 대표가 만나는 날짜를 18일로 확정해 발표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타전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안과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16일 미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면서 “동맹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는 러시아만큼 크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미국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국을 협상 테이블에 포함하지 않은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견해도 재차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믿는다. 미국 국민이 그를 뽑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 유럽 동맹국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미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러시아가 올해 여름쯤 유럽의 특정 지역을 침공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보복할 위험이 없다고 러시아가 믿으면 옛 소련 지역 등 유럽 일부를 점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부터 시작할 것이고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이 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모두 수복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미국 측 입장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법에 따라 우리는 러시아 점령지를 결코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러시아 점령지 수복을 포기하는 것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의 대가로 요구한 광물 협정에 대해서는 “모든 거래에는 미국의 안전 보장이 수반돼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돈을 벌 수 있지만, 안전 보장이 없는 경제 조약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모든 게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하는 미국 측 광물협정 초안에 미국의 구체적인 안전 보장 내용이 빠져 있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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