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빅테크 제재 우려…실상은 타국보다 제재 약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관세 장벽’으로 국내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법을 지목하면서 국내 관련 입법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구글, 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만 대상에 오르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플랫폼법안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주요국보다 제재 수위도 낮은 편인 한국의 플랫폼법까지 거론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법 관련) 국익 관점에서 통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6일 청문회에서 한국의 플랫폼법을 콕 찍어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직접 언급했다.
한국의 플랫폼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금지·최혜 대우 요구 등 4대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감시하는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사후 규제를, 민주당은 사전 규제를 주장하는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매출액 3조원 이상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구글·메타·아마존·애플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정위가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플랫폼법을 거론한 이유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 측 우려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플랫폼법안이 미국 기업만 겨냥한다는 주장과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도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판단하기에 향후 테무·알리 등도 해당될 수 있다.
한국 플랫폼법은 규제 범위와 처벌 강도 모두 주요국보다 수위가 낮다. EU와 일본은 기업의 위반행위 소명 사유를 한국보다 엄격하게 본다. 영국과 EU·일본은 법 위반 기업에 기업분할명령도 내릴 수 있다. 과징금 부과 기준도 한국은 매출액의 최대 8%이지만 EU는 매출액의 최대 20%다.
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후 플랫폼법안에 신중히 접근하자는 입장이 감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플랫폼 규제는 주요국에 비해 제재 범위도 넓지 않고, 규율의 강도도 낮은 편”이라며 “미국 측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면서 변화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