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패싱’ 불만 내비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돼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은 “트럼프에게 우리가 우선이길 바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면서 “동맹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는 러시아만큼 크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미국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미국 주도로 곧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시되는 종전 협상이 우크라이나는 배제된 채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대화로 진행되는 데 대한 불만과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에 주력하면서 협상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믿는다. 미국 국민이 그를 뽑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협상 테이블에 포함하지 않은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 유럽 동맹국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미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러시아가 올해 여름쯤 유럽의 특정 지역을 침공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보복할 위험이 없다고 러시아가 믿으면 옛 소련 지역 등 유럽 일부를 점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작은 나라들부터 시작할 것이고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이 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모두 수복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미국 측 입장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법에 따라 우리는 러시아 점령지를 결코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러시아 점령지 수복을 포기하는 것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대가로 요구한 광물협정에 대해서는 “모든 거래에는 미국의 안전 보장이 수반돼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돈을 벌 수 있지만, 안전 보장 없는 경제 조약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모든 게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